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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알고리즘을 통한 ‘초단타 매매’로 시세 차익을 올린 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증권에 1억7,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최근 늘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의 알고리즘 초단타매매에 허용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거래소는 다른 증권사들에게도 주의를 촉구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초단타 매매의 창구 역할을 한 메릴린치증권에 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메릴린치 증권 임직원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자율 조치를 한 후 시장감시위원회에 통보하도록 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실시한 거래소의 감리 결과, 메릴린치증권은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 사이 시타델증권으로부터 국내 주식시장 종목 80조원 어치 거래를 수탁 받았다. 메릴린치증권은 이 중 430개 종목(코스닥 60%, 코스피 40%)에서 총 6,220회(900만주, 847억원치)의 허수성 주문을 수탁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는 이를 통해 시타델증권이 2,200억원 가량의 매매차익을 올렸다고 봤지만 정확한 허수성 주문 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허수성 주문은 직접주문(DMAㆍ투자자가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직접 주문하는 방식)을 이용한 알고리즘 매매를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메릴린치증권이 사용한 매매 알고리즘은 △목표 종목 물량을 사들인 뒤 △실제 사지 않을 높은 가격으로 ‘매수 호가’를 반복 제출하고 △다른 투자자들이 ‘가격이 오를 거 같다’며 높은 가격에 뒤따라 매수 호가를 내면 △기존 물량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고 앞서 제출한 매수 호가를 취소하는 순서로 짧은 시간에 반복됐다.

거래소는 메릴린치가 마지막 단계에서 취소한 매수 호가를 ‘허수성 주문’으로 보고, 거래소 시장감시규정 제4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시장감시규정 4조는,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 제출한 후 해당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ㆍ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제재조치가 DMA를 이용한 알고리즘 매매 주문 수탁행위에 대해 회원사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거래소는 2017년 11월 메릴린치증권 측에 시타델증권의 허수성 주문 수탁과 관련해 감리에 착수했음을 알렸다. 이어 2018년 5월29일에도 이를 다시 통보했지만, 메릴린치증권은 시타델증권의 허수성 주문 수탁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거래소는 2018년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시타델증권 계좌의 주문과 매매 행태를 감수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직접 찾아 감리했다.

시타델증권도 책임을 벗기 힘들어졌다. 거래소는 시타델증권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등) 혐의를 심리했고,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판단해 지난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통보했다. 시타델증권은 거래소 회원사가 아니어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도 최종 판단은 금융위에서 내리게 된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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