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법 시행 첫날… 석유공사 관리직 19명도 진정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날인 16일 ‘을’들의 문제 제기가 줄이었다. 그 동안 법적 기준이 없었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근거가 마련되면서 응축됐던 불만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결정을 내려 복직은 했지만, 회사가 업무를 주지 않아 이는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는 “MBC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별도 사무실에 격리한 채 업무를 주지 않고,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매뉴얼의 직장 괴롭힘 대표 사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ㆍ승진ㆍ보상ㆍ일상적인 대우 등을 차별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등을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시로 들고 있다.
이날 진정서를 낸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2017년 안광한ㆍ김장겸 전 사장 시절 채용됐는데, 노동조합은 당시 이들에 대해 ‘파업 대체 인력’이라고 반발해 노-노 갈등이 빚어졌다. 하지만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면서 MBC는 지난해 4월 계약직 아나운서 7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현재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결정을 받았지만, MBC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만 법원이 아나운서들의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들은 지난 5월부터 MBC 상암사옥으로 출근하고 있으나 제대로 업무 배정은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석유공사에서 20~30년 근무한 관리직 근로자 19명도 이날 오전 울산고용노동지청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양수영 사장 부임 후 직위가 2~3등급씩 강등돼 전문위원이 됐으며, 월급이 깎였고, 이후 별도 공간에 격리돼 업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측이 업무 대신 리포트 제출 같은 과제를 부여하고 후배 직원들 앞에서 발표를 시키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날 각 지방 고용청에 직장 괴롭힘 금지법 관련한 진정된 접수는 9건이다. 직장 괴롭힘 피해자나 목격자는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고용청에 진정을 할 수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로운 법 시행에 따른 혼란은 행정적인 해석이나 법원의 판결이 쌓이면서 보완될 것으로 본다”며 “직장 내 노동인권에 대한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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