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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中 “현대판 뮬란” 첫 여군 전차 조종수에 호들갑

입력
2019.07.21 16:00
수정
2019.07.21 16:1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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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를 조종하는 중국 최초의 여군 전차부대원들이 네이멍구 주르허 기지에서 훈련 도중 잠시 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 CCTV는 '여군 전차병, 포연과 모래바람이 청춘을 더 빛나게 하다'라는 제목으로 이들을 소개했다.
탱크를 조종하는 중국 최초의 여군 전차부대원들이 네이멍구 주르허 기지에서 훈련 도중 잠시 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 CCTV는 '여군 전차병, 포연과 모래바람이 청춘을 더 빛나게 하다'라는 제목으로 이들을 소개했다.

“포연에 할퀴고 모래바람에 부딪쳐 검게 그을린 지금의 얼굴이 가장 예뻐요. 제 청춘을 조국에 바칩니다.”

중국 북서부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훈련기지. 저우꺼꺼(周格格)를 비롯한 여군 10명이 인민해방군 주력전차 99A를 타고 광야를 누비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올해 창군 92주년을 맞은 중국군이 최초로 배출할 ‘여성 탱크맨’이다.

“현대판 뮬란이 탄생했다.” 지난 13일 중국 CCTV가 이들의 훈련장면을 조명하자 네티즌은 환호성을 질렀다. 고된 훈련으로 땀 범벅이 된 군복 차림의 모습과 달리 입대 전 미모의 사진이 함께 공개돼 유명세를 치르면서 관심이 폭증했다. 뮬란은 아버지를 대신해 남성 전사로 위장, 훈족과 맞서 싸운 중국 설화 속 영웅이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캐릭터이기도 하다.

중국 중부전구 예하 제81집단군 합성여단 소속 여군들은 20대 초중반의 나이로, 지난해 9월 입대해 두 달 전 이곳으로 왔다.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곳이다. 근력을 늘리기 위해 체중을 10㎏씩 불렸다. “흙먼지를 하도 먹어서 배가 고프지도 않아요.” 하루 훈련을 마친 이들의 멋쩍은 소감이다.

탱크 조종은 그간 ‘금녀(禁女)’의 영역이었다. 전차 내부 공간이 워낙 좁고 폐쇄적이어서 남녀가 함께 생활하기 어려워서다. 그렇다고 여군으로만 부대를 구성하려니 포탄을 옮기고 유압장치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데 힘이 달려 적절치 않았다. 세계 최강 미군조차 여성 전차부대원은 찾아볼 수 없다. 이스라엘, 독일 정도만 상징적으로 일부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리아는 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여군을 투입한 적이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여성 전차 조종수(부사관)는 고작 1명이었다. 이처럼 전차는 전투기나 잠수함보다도 여군의 진입장벽이 훨씬 높다.

올해 창군 92년을 맞은 중국군 최초의 여군 전차 조종수 10명이 네이멍구 주르허 기지에서 교관의 설명을 들으며 교육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시나닷컴 캡처
올해 창군 92년을 맞은 중국군 최초의 여군 전차 조종수 10명이 네이멍구 주르허 기지에서 교관의 설명을 들으며 교육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시나닷컴 캡처

따라서 중국이 대대적으로 전차부대 여군 띄우기에 나선 건 전투의 효율성이나 군 현대화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남녀평등을 선전하고, 중국 청년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펴 여론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맞선 중국에 어느 때보다 간절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특히 여군들의 훈련 영상 공개 직후 중국은 대만을 상정한 모의 군사훈련의 강도를 실제 병력 동원 단계로 높였다. 대만에 22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지상무기를 판매하려는 미국의 압박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군 전차부대는 마치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켜 대만을 향한 공세의 선봉대를 자처한 모양새다.

다만 10월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릴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여군 전차부대를 선보일지는 미지수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열병식에 가려면 모래사막 훈련이 아니라 베이징(北京) 인근 기지에서 리허설을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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