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ㆍ테러자금 악용될 우려”
美 정부ㆍ의회 잇단 제동 움직임에
페북 측 “내년 상반기 고집 안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했던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가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이 글로벌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장악해 버릴지 모른다는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급기야 미국 정부와 의회가 제동을 거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페이스북도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진 리브라를 제공하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출시 연기 의사를 내비쳤다.
1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상화폐는 돈세탁이나 테러 자금 지원 등에 악용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시도들도 있어 왔다”며 “이는 정말로 국가안보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페이스북의 리브라 출시에 대해서도 “돈세탁 방지를 위한 적절한 지불 시스템을 갖추면 괜찮지만, 우리가 리브라를 편하게 여길 수 있는 지점까지 가려면 페이스북이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에둘러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11일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화폐들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돈이 아니다”라는 트윗을 올린 바 있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페이스북에 “제대로 된 규제ㆍ감독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리브라 출시 관련 업무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맥신 워터스(민주ㆍ캘리포니아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아예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기업의 가상화폐 운용을 금지하는 법안 초안도 발의한 상태다. 상원 은행위원회와 하원 금융위원회는 16일과 17일 각각 청문회를 열어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 총괄 임원 데이비스 마커스를 상대로 문제점을 따질 예정이다. WSJ는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계획은 초당파적인 저항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갈수록 커지는 경고음에 페이스북도 한발 물러섰다. 마커스는 16일 청문회를 앞두고 사전 제출한 발언에서 “규제와 관련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고 적정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리브라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리브라를 운용할 별도 기구를 스위스 제네바에 두고, 스위스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이 직접 리브라를 통제하지 않는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독과점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유럽의 분위기도 리브라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WSJ는 “유럽의 일부 관리들도 리브라가 각국의 공식 통화 및 유럽중앙은행(ECB)의 힘을 약화시키는 건 물론, 잠재적으로 금융위기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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