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요구… 노동자 건강권 위협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뉴스1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지만, 야당이 탄력근로제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또다른 노동시간 유연화제도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확대를 들고나오면서 관련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여야는 18일 열리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노사단체 대표 및 전문가들을 불러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여당과 노동계가 선택근로제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 사안까지 논의에 끌어들일 경우 노사정이 3개월 가까운 논의 끝에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는 지연될 전망이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는 선택근로제를 운영하는 기간(정산기간)을 현행 최대 1개월에서 3개월 내지 6개월까지 늘리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주장을 놓고 여야가 격론을 벌였다. 선택근로제는 하루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근로자가 업무시간과 종료시간을 결정하게 하는 제도다. 출퇴근시간을 원하는 대로 지정하고 하루 근로시간 역시 8시간 이상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환노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IT(정보기술)산업 등을 고려해 탄력근로제 뿐 아니라 선택근로제와 같은 다른 유연근로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기존에는 주 52시간제의 연착륙을 위해,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합의안인 6개월이 아닌,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여당은 지난 2월 경사노위의 합의를 존중해 6개월 확대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이 주 52시간제 보완입법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에 동의하는 대신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를 묶어서 처리하는 협상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선택적 근로시간제(근로기준법 제52조)내용 및 쟁점/ 강준구 기자/2019-07-16(한국일보)

하지만 선택근로제 확대는 탄력근로제보다 더 강력한 노동계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선택근로제는 탄력근로제와 달리 미리 일 단위 혹은 주 단위로 근무시간을 정하지 않는다. 만약 노사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1개월(산정기간)로 정했다면 1개월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을 채워 일하고 사후에 총 근로시간과 관련 임금 등을 정산한다. 그만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근로자 건강권을 해칠 여지도 크다는 게 노동계의 우려다. 물론 근로시간 정산기간과 그 기간에 근로해야 할 총 근로시간을 정해서 평균 주 52시간(초과근로 12시간 포함)을 넘지 못하게 하지만, 정산기간을 늘리면 단기간 과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더군다나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에 포함된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의무화’와 같은 건강권 보호 조치도 현행 선택근로제 관련 법안에는 없다.

18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 등 노사단체 외에도 야당이 선택근로제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IT업계의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이미 올해 4월 IT서비스업체의 SW(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은 고객사의 요구에 시시각각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업무량을 측정하기 어려워 사전에 근무시간을 기간별로 정해야 하는 탄력근로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선택근로제 확대를 요구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짧은 시간 논의만으로 선택근로제를 확대하면 주 52시간제 시행 취지에 맞지 않는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탄력근로제 확대 국회 논의에 반대해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되기까지 했던 민주노총은, 여야 간 ‘패키지 딜’이 논의될 경우, 더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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