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위 시한 이틀 앞두고… 세코 장관, 文대통령 반박 ‘외교 결례’
일본 정부는 16일 관방, 외무, 경제 등 주요 부처 수장들을 일제히 동원해 한국에 대한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일본이 요구한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 관련 위원 선임시한(18일)이 다가오자 수출 규제 강화 명분 확보를 위해 한국 정부를 최대한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강경 기류 속에 일본 측은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외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추가 대항 카드를 18일 이후 꺼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경고와 관련해 “이번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조치는 당초부터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수출관리를 적절하게 실시하는 관점에서 운용을 재검토 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며 “대항조치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일관되게 설명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배상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원고 측이 압류재산 매각 신청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선 “한국 정부에 국제법 위반 상황 시정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조속히 취할 것과 한일 청구권 협정의 의무인 중재에 응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18일 이후 ICJ에 제소할지 여부에 대해선 “가정의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삼가겠다”고만 했다.
일본에선 전날까지 공휴일인 터라 양국 간 확전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오전 각료회의 이후 공식 스피커인 관방장관과 더불어 주무부처 장관들이 가세해 한국을 겨냥한 발언을 일제히 쏟아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압류자산 매각으로) 만일 일본 기업에 피해가 미치는 일이 발생하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에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고 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협력해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관의 입장에서 반론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수출규제 주무부처 장관이 분쟁 중인 상대국 정상을 정면 반박한 것은 외교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회견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전략물자 밀반출 의혹 해소를 위한 국제기구 검증을 요구한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도 “국제기구의 조사를 받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12일 양국의 무역관리 담당자 간 협의 이후 조치 철회 요구 여부를 둘러싼 양국 간 공방에 대해서도 “(한국 측의) 사실과 다른 주장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런 상황에선 정책 대화조차도 열 수 없다”고 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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