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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다루는 법

입력
2019.07.16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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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인 2010년 펴낸 책 ‘진보집권플랜’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발견된다. 진보개혁 진영이 정권을 잡았을 때 검찰을 어떻게 다뤄야 하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법무부 장관이 중요합니다.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검찰 개혁을 이루려면 분명한 비전과 확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적어도 대통령 임기의 절반은 대통령과 같이 가야 합니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호흡을 맞추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요. 검찰 조직을 확실히 장악하고 이끌어가면서도 검찰 개혁에 동의하는 검찰총장이 필요할 겁니다.”

참여정부 때처럼 검찰 권력을 활용하지 않는 것에 그쳐선 안 되며,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화하고 검찰 요직에도 적절히 자기 진영 사람을 심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자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극적 반전을 빼면, 9년이 지나 그의 구상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여권의 검찰 개혁 방향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권력을 해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혁 성향의 조 수석이 장관으로 옮겨 검찰 개혁 법제화를 지휘하고, 검찰 조직을 잘 아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부 반발을 통제하는 분업 구조로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국ㆍ윤석열 조합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해선 여당 내에서도 물음표가 적지 않다. 우선 내로남불 문제가 걸림돌이다. 2011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이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려 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을 대통령이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며 반대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과연 지금 와선 권재진은 안 되는데, 조국은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청와대가 어떤 논리로 답을 할지 궁금하다.

윤석열 총장의 청문회 위증 논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뇌물 혐의로 조사 받던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 없다더니, 이를 뒤집는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법질서의 최후 보루자가 돼야 할 검찰총장 후보자가 아끼는 검찰 후배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고도 자신이 했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청문회 다음 날 해명하자, 관련자들이 일제히 말을 맞추고 여권은 ‘의리의 총대를 멘 상남자’ 프레임으로 미화했다.

윤 전 서장 건은 관내 정육수입업자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수수하고, 이 업자가 골프장 요금 3,000만원 선결제, 휴대폰 요금 800여만원 대납, 내연녀 계좌로 6,000만원 송금 사실 등이 확인됐는데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이다. 경찰은 물론이고 검찰에서도 언젠가 터질 사건이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재수사를 입에 올리는 이가 없다. 자기 진영과 가까운 인사들만 등용하고 허물을 감싸준다면 검찰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개혁의 방편이 아니라 또 다른 줄 세우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여권은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불러온 정치 보복 수사에서 찾아왔다. 하지만 적폐청산 시기를 거치면서 권력형 비리를 담당하는 특수수사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조국과 윤석열의 동거가 불안해 보이는 건 적폐청산에서 효용을 본 특수수사의 유혹에 빠져 검찰과 타협하는 순간 검찰 개혁의 좌표를 잃을 수 있어서다.

검찰만큼 개혁하기 어려운 집단도 드물다. 참여정부 때도 개혁 성향의 강금실, 천정배 장관이 기용됐지만 별로 바뀐 건 없다. 명분과 원칙만 앞세운다고 검찰 개혁이 달성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반대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정치권력은 악마적 힘이다. 잘못 사용하면 악마에게 내가 넘어가고, 포기하면 반대파가 그 힘으로 나를 억누른다. 하지만 정확히 사용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조 수석이 책에서 한 말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성공적으로 검찰 권력을 다루기 위해 되새겨 볼 경구 같기도 하다.

김영화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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