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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나왔지만… 훈민정음 상주본 회수 ‘머나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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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나왔지만… 훈민정음 상주본 회수 ‘머나먼 길’

입력
2019.07.16 16:31
수정
2019.07.16 18:5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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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주장 배익기씨 “1,000억원은 받아야” 주장 고수

상주본 훼손 우려 강제집행에 한계

배익기씨가 지난 2017년 공개한 훈민정음 상주본 일부 모습. 자택에 불이 나 일부 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배익기씨가 지난 2017년 공개한 훈민정음 상주본 일부 모습. 자택에 불이 나 일부 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문화재청의 회수 강제집행이 정당하다고 확정 판결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주본 회수 명분은 얻었으나 상주본을 갖고 있다는 배익기(56)씨가 여전히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소재지 파악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1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배씨가 훈민정음 상주본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1일 패소하면서 추후 대응 방안에 대해 본격 논의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을 쥔 2012년 이후 10여차례 배씨에게 반환 독촉 문서를 발송했으나 배씨는 이에 불복해왔다. 문화재청은 이번 판결로 관계기관과 협력해 배씨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상주본 회수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강제집행까지의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씨는 2008년과 2017년 상주본 일부를 공개한 적이 있으나 현재 소재지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지 파악을 위해 섣불리 압수수색에 나설 경우 상주본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15일 배씨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주본이 있다 없다 이런 말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게 단서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만큼 소재지를 곧장 공개할 가능성은 작다.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수사기관 관계자 등 전문가들과 자문 회의를 거쳐야 해 당장 강제집행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배익기씨가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안민석 위원장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익기씨가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안민석 위원장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재청은 17일 배씨를 직접 만나 재차 설득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씨는 상주본의 가치가 1조원에 이르는 만큼 국가에 이를 반환할 경우 최소 1,000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문화재청은 법적 소유권이 정부에 있는 만큼 사례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주본은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과 같은 판본이다. 간송본에는 없는 한글 표기와 소리 등에 관한 연구자 주석이 있어 역사ㆍ학술적으로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씨는 2008년 상주본을 처음 공개하면서 골동품업자인 고 조용훈씨 가게에서 고서적 꾸러미와 함께 이를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씨는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다며 물품 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조씨는 2012년 별세 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를 근거로 배씨에게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배씨는 이를 거부해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우선은 배씨에게 자진 반환을 다시 한번 요구할 것이나 빠르게 입장 변화가 나타날진 미지수”라며 “배씨를 문화재 은닉 및 훼손죄로 검찰에 고발하는 대응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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