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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자 술탄과 알라딘

입력
2019.07.16 18:00
수정
2019.07.16 18: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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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을 돌파한 디즈니 실사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디즈니 실사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1970ㆍ80년대 학번 세대가 술탄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진 계기는 세계사 교과서보다 팝송일지 모르겠다. 록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가 불렀던 노래 ‘Sultans of Swing’ 때문으로, ‘스윙(재즈)의 제왕들’쯤으로 번역된다. 1977년 조직된 영국 출신의 이 4인조 밴드는 78년 5월 이 노래를 발표했고 영국을 넘어 미국 등지에서 히트를 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됐다. 로큰롤 헤비메탈 디스코 풍의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 주절거리는 듯한 노랫말과 무겁고 체념적인 리듬은 퇴폐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 노랫말에는 영국 런던 남부 후미진 지역에서 한물간 재즈를 혼신을 다해 연주하는 재즈 밴드의 희망과 분노, 절망이 담겨 있다. 새로운 장르의 격렬하고 신나는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젊은 신세대 청중들 앞에서 철 지난 재즈를 연주해야 하는 절망감도 배어 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 재즈에 있어서는 ‘술탄들’이라고 자부하는, 다소 슬프면서도 해학적인 내용이다. 왕(King)이 아닌 술탄으로 이름 지은 것도, 지금은 사라졌으나 과거 재즈의 영광과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의미를 담았다는 느낌을 준다.

□ 이슬람교의 술탄은 종교적 최고 권위자 칼리프가 수여한 정치적 지배자의 칭호다. 코란에서 술탄은 종교적 권위를 수행하는 통치자라는 의미였으나 점차 특정 지역을 군사ㆍ정치적으로 지배하는 무슬림 통치자를 지칭하게 됐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에서는 1922년 술탄 제도가 사라졌지만 오늘날까지 여러 지역에서 지도자를 의미하는 용어로 남아 있다. 이란에서는 지방지사를 술탄이라 부르고, 모로코 카슈미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지에서는 토호(土豪)나 지배자의 칭호로 사용된다. 술탄은 거의 남자였다.

□ 이집트 맘루크 왕조에서는 초대 술탄이 터키계 노예 출신 미녀인 샤자르 알 두르였다. 하지만 이슬람 종가인 바그다드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는 “여자가 술탄이 되다니 당치 않다”며 남자를 보내 결혼시켰고, 샤자르는 80일 만에 술탄의 권좌를 내줬다. (‘도시의 세계사’, 데구치 하루아키)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알라딘’에서 재스민 공주는 아버지 반대를 거스르고 술탄이 됐다. 알라딘과의 결혼으로 해피엔딩이었던 원작과는 다른 설정이다.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과도 무관치 않은 이름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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