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현명 대처 10계명’ 소개]
가해자가 상사일땐 사용자에 신고
동료ㆍ지인 누구나 익명신고도 가능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직장갑질 119가 설치한 ‘금지되는 직장내 괴롭힘 유형과 사례’ 안내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복지사 A씨가 일하는 장애인생활시설 간부들은 원장 소유 밭에서 일을 시키는 등 10년 넘게 장애인과 사회복지사들을 착취했다. 시간 외 근무 허위작성이나 4대 보험료를 조작해 횡령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문제를 제기하면 터무니 없는 업무를 부과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했다. 소위 갑질의 가해자인 원장, 부원장, 사무국장 등은 모두 한 가족이다.

16일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A씨는 사용자 즉 원장에게 신고를 하고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해 당사자인 원장에게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에서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노동인권단체인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피해 구제절차 등에 대한 고민과 오해가 적지 않다. A씨처럼 직장 내 갑질을 사용자에게만 신고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게 대표적인 경우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법 시행을 앞두고 접수한 이메일 제보 셋 중 하나가 대표이사의 갑질일 정도로 현장에서는 고민이 적지 않다. 대기업, 공공기관의 경우 상사의 갑질이 대부분이지만 중소기업과 소기업으로 갈수록 사장 갑질이 많고, 사회복지시설ㆍ어린이집 원장, 병ㆍ의원장 등이 가해자란 제보도 차고 넘친다.

개정법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에 우선 신고하도록 돼 있어 직장 상사의 괴롭힘을 일단 사용자나 취업규칙에 명시된 기구에 신고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가해자가 대표이사일 경우 동시에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된다. 회사가 신고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거나 피해자ㆍ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고용부에 진정이나 고소를 할 수 있다.

이밖에 △피해자 동료와 지인 등 누구나 실명이 아닌 익명 신고가 가능하고 △비정규직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해도 괴롭힘으로 의심할 사유가 있다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직장인들이 잘 모르는 내용이란 게 직장갑질 119의 설명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작은 조직일수록 친인척이 장악하고 있어 피해자들이 대표이사의 갑질을 신고할 수 없다”며 “내달 15일까지 ‘대표이사 갑질 집중 신고기간’으로 정해 제보를 받은 뒤 법 위반으로 판단되면 정부에 신고해 근로감독을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직장갑질 119는 이날 직장인들이 오해를 극복하고 피해에 적극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십계명도 발표했다. 단체가 밝힌 십계명은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가까운 사람과 상의하기 △병원 진료나 상담을 받기 △갑질 내용과 시간을 기록하기 △녹음, 동료 증언 등 증거를 남기기 △직장 괴롭힘이 취업규칙에 있는지 확인하기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하기 △유급휴가, 근무장소 변경을 요구하기 △보복 갑질에 대비하기 △노조 등 집단적인 대응방안 찾기 등 10가지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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