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시한까지 유감 표명도 없어…법의 준엄함 보여줘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9일 서울 중구 미쓰비시상사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중단과 식민지배 배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1인당 1억원)을 무시하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하 미쓰비시)에 피해자들이 칼을 빼 들었다. 피해자들은 배상 협의 답변서 요구 시한인 15일까지 미쓰비시가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자 강제집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판결의 원고인) 미쓰비시의 자산에 대해 매각명령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일본이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강수를 둔 이유에 대해 최 변호사는 “미쓰비시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올해만 해도 1월에 김중곤 할아버지, 2월에 김선애 할머니, 또 어제(15일) 이영숙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90세를 넘긴 나머지 원고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어 법이 정한 절차를 늦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답변) 시한까지 미쓰비시가 유감 표명도 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법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법원 판결을 무시한 미쓰비시의 행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에서 영업하는 한국 기업이 일본 법원 판단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을 너무나 우습게 보고, 식민지 시대 때의 나쁜 역사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주권을 무시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18일까지 한국 정부에 답을 요구한 상태다. 최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양국 사법부가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살아 있으니 피해 구제를 하라는 동일한 판단을 하고 있는데, 중재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또한 중재 판정이 나와도 일본 측이 존중할까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강제징용의 또 다른 피고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국내 재산을 현금화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법원행정처는 일본제철이 국내에 갖고 있는 10억원 상당의 압류 자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매각 명령신청에 대한 의견서 제출 요구서’를 최근 일본제철 측에 전달했다. 이 문서가 송달된 지 60일 안에 일본제철의 답변이 없으면 법원은 심문절차 없이 매각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앞서 법원은 일본제철이 배상을 미루자 지난 1월과 3월 일본제출이 소유한 주식을 압류한 상태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