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본 행방 없어도 없다, 있어도 있다 말 못해” 주장 
훈민정음 상주본. 한국일보 자료사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배익기(56)씨가 문화재청의 서적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그러나 배씨는 상주본의 소재는커녕 존재 여부조차 확인해주지 않으면서 사례금으로 1,000억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일어난 화재 때문에 일부가 불에 그을린 채로 공개된 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배씨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상주본이 잘 있느냐는 질문에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제가 상주본이 있다, 없다, 이런 말 조차도 더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게 단서가 되기 때문에 제가 없어도 없다고, 있어도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나”라고 얼버무렸다. 앞서 상주본을 국가에 돌려주는 대신 자신에 대한 사례금으로 1,000억원을 요구한 바 있는 배씨는 이날도 이 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없이 현실적으로 양보안을 낸 것”이라면서 “전문가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니까 (감정가의) 한 10분의 1 정도는 나한테 달라 그래서 1,000억 원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 일각에서 해당 상주본이 학술 가치가 높아 ‘1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 것에서 비롯된 금액이다.

배씨는 “제3의 민간이나 기업, 이런 데서 내가 원하는 정도로 해가지고 해결을 해 줄 수 있기야 한다면야 자기들(문화재청)이 반대할 이유는 없겠죠”라고 했다. 국가가 1,000억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기업 등에서 국가에 기증한다는 조건으로 해당 가격을 자신에게 준다면 상주본을 넘길 수 있다는 취지다.

배씨는 2008년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상주본을 처음 공개했지만, 상주지역 골동품 판매상 조모씨가 이를 ‘(배씨가) 훔친 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논쟁이 촉발됐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조씨는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숨졌고, 소유권은 국가에 있는 상태다. 문화재청은 이를 근거로 배씨에게 상주본 반환을 요구했으나, 대법원에서 2014년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배씨의 형사사건에서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자 그는 반환을 거부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문화재청은 배씨에게 회수공문을 보내고 17일 그를 직접 만나 설득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그가 계속 거부하면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 압수 수색을 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일어난 화재 때문에 일부가 훼손된 모습으로 공개된 후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배씨는 이에 대해 상주본의 소유권을 다시 따지는 소송으로 맞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씨는 관련 소송에 대해 “당연히 지금 고려하고 있다”면서 “진상규명을 하고 나면 국가 소유가 될 수 없다. 지금 이런 형편에 무슨 국가 소유를 운운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이날 공개된 상주본에 버금가는 자료가 모 사립대학 박물관에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 소장은 “제가 우연히 자료 조사하다 들은 얘기인데 모 사립대학 박물관에 비슷한 해례본이 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씨의 1,000억이라는 (주장), 1조원의 가치에서 10분의 1의이라는 주장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은 들지만 한편으로 개인의 어떤 명예와 자존심이 훼손된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서로 양자가 좀 협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