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서 서해대교를 건너면 당진이다. 곧장 바다와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당진 땅은 거의가 얕은 구릉이거나 평지다. 풍광은 그만큼 넉넉하고 평온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인생사진’ 여행지가 대세다. 당진의 SNS 여행지 3곳을 소개한다.
◇서해대교 끝자락에 일몰 명소…해어름 카페
당진에서 오래된 관광지 하나를 꼽으라면 ‘삽교호 국민관광지’다. 당진 신평면과 아산 인주면을 잇는 방조제 서편 끝에 조성돼 있다. 삽교호방조제 준공식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참석한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 삽교호관광지를 대표하는 풍경은 그러나 방조제가 아니라 2000년 개통한 서해대교다. 평택에서 행담도를 지나 당진으로 이어지는 7,310m 해상 교량이 수평선 어름에 걸린다. 서해대교가 잘 보이는 해변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바다공원이 조성돼 있다. 물이 빠지면 바다로 돌출된 잔교 아래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 모습도 장관이다.
바다공원 아래에는 군함 두 척이 정박해 있다. 1999년 퇴역한 화산함과 전주함으로 지금은 전시시설과 카페로 이용된다. 해군과 해병대의 무기와 장비를 전시하고 있고, 별도로 2002년 벌어진 연평해전 전시실을 갖췄다. 함상 카페에서도 서해대교와 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곳에서 북측으로 약 7.5km를 달려 행담도가 코앞에 보이는 바닷가 끝자락에 노을 사진 명소로 소문난 카페가 있다. 카페 이름인 ‘해어름’은 해거름의 충청도 사투리다. 처음부터 일몰 풍경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는 얘기다. 1~2층은 카페, 3층은 야외 전망대다.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이 사그라질 즘이면 카페 옆 마당의 나무와 조형물에 알록달록 경관 조명이 불을 밝힌다. 해가 떨어지는 지점이 서해대교가 아니라, 바다 건너 아파트 지붕이어서 살짝 아쉽다.
◇초등학생 시절 동화 같은 풍경…아미미술관
순성면 아미미술관은 박기호ㆍ구현숙 부부가 1993년 폐교된 유동초등학교를 매입해 꾸민 전시 공간이다. 미술관 이름 ‘아미(Ami)’는 친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인 동시에, 당진에서 가장 높은 아미산(350m)을 상징한다.
입구로 들어서면 하얀 페인트 칠을 한 길쭉한 단층 교사(校舍)를 온통 담쟁이가 덮고 있다. 금방이라도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담쟁이 사이사이 벽면에는 친근한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고, 초등학생에게 딱 맞는 작은 의자를 놓아 촬영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섯 개의 실내 전시실과 복도의 작품도 교실이라는 공간에 자연을 한껏 끌어들인 듯하다. 전시실 뒤편의 ‘카페 지베르니’는 한순간 유럽의 작은 정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베르니는 인상파 화가 모네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옛 학교를 이용한 만큼 천천히 교정을 거닐면 아주 오랜 옛날로 소풍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든다. 입장료는 5,000원.
◇국내 최초 낙농체험목장…아그로랜드(태신목장)
당진 면천면과 예산 고덕면의 경계 지점, 낮은 산지에 태신목장이 자리 잡고 있다. 2004년 국내 최초로 낙농체험목장으로 인증받아 ‘아그로랜드’라는 이름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지붕을 그대로 둔 옛 축사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대형 사일로를 타고 오른 능소화 줄기마다 화사하게 주황색 꽃이 피어 입구부터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목장 내부로 들어서면 아담한 조각 공원이 반긴다. 닭, 말, 소 등의 동물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그대로 사진 촬영 소품이다. 아래로 내려가면 양에게 먹이를 주거나 조랑말을 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동물농장, 나무 놀이터, 방목지 등은 산책로로 연결돼 있다. 더운 날씨에 걷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트랙터 열차’를 타는 것도 괜찮다. 사실 이 목장의 가장 큰 자랑은 목가적 풍경이 물씬 풍기는 청보리밭인데 지금은 수확이 끝난 상태다. 입장료는 1만1,000원에 트랙터 열차 탑승 요금도 포함돼 있다.
당진=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