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관련 미국 전문가 3인 진단 <1>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로 악화하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미국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답답함과 안타까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화가 자칫 한미일 동맹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이나 해법에선 일본 정부 책임론과 한국 정부 책임론 등 관점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국일보는 3명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한일 간 갈등을 바라보는 미국 내 여러 시각을 들여다 봤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길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좌절감을 느낀다”라며 일본 정부의 행태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2015년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계 성명을 주도하는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우경화를 지속적으로 꼬집어왔던 그는 “아베 정부가 더욱 협소하고 퇴행적인 방향으로 나간다”고 개탄한 것이다.
더든 교수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일본을 깡패(bully)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오판한 정책”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북한 핵무기 개발을 돕고 있다는 거짓 주장으로 이런 조치를 정당화하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더욱 왜소하고 비이성적으로 만들 뿐이다”고 일갈했다. 그는 “일본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아베 정부 기간 지지 세력으로부터 점수를 따기 위해 한국과 관련해 진흙탕 싸움을 반복하는 것 같다”며 “불행하게도 이는 일본 사회 내부뿐만 아니라 한국, 그리고 이를 넘어서 후과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 협정에 위배된다는 것이 일본 측 주장이다. 더든 교수는 그러나 “당시 한국이 독재 정부였기 때문에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라며 “오늘날 한국의 법원과 정부 기구들은 국민의 의지를 대표해 행동하기 때문에 그들의 조치를 정당화시켜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1965년 협정에서 빠졌기 때문에 식민 시대와 관련한 이슈들이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은 출발부터 고려할 가치도 없는 것이다”라며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지금의 남한, 북한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이들이다. 1965년 협정이 지금은 사라진 독재정부에서 승인됐다고 한들, 강제 노동 문제가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은 유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화해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본의 조치가 나온 것이 우연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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