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라인 클린룸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의 직접적 피해를 받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소재 공급처 다변화와 반도체 생산량 조절 등의 대응으로 이번 사태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단기간에 끝난다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오히려 득을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일본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 규제 조치 후, 소재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주 중국과 대만 등에서 불화수소 등 일본 반도체 소재를 대체할 공급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물량을 100% 대체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수준”이라며 “고순도(99.999%) 불화수소도 대체 공급처를 찾아 생산라인에 적용 가능한지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2주면 소진될 거라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반도체 소재 재고 물량도 2개월분 이상으로 당초 알려진 것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한 포토레지스트(감광액)는 한국 업체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는 쓰이지 않아 당장 큰 타격이 없고, 불화수소도 1개월 이상인 재고량에 추가 확보 분까지 더하면 향후 2~3개월 공장을 가동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LG디스플레이는 100% 중국산을 쓰고 있어 일본 규제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본산을 수입해 쓰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재고에 여유가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사태 초기 정확히 어떤 물질이 수출 규제가 되는지 파악하지 못해 하루 이틀이면 공장이 멈춘다는 루머가 확산됐다”며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현재의 3개 소재에만 국한 한다면 3개월 이상 공장을 돌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이번 사태를 비관적으로만 바라 보지 않고 있다. 수출 규제 조치 직전인 지난 3일 4만 5,400원에 거래를 마쳤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4만 6,450원으로 2.07%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같은 기간 6만 9,100원에서 7만 6,200원으로 10.2%나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이 줄어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양사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후 바닥 없는 추락을 이어가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가격은 10개월만에 상승 반전에 성공한 후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현물 가격은 지난주 3.26달러로 거래를 마치면서 일주일 전(3.03달러)에 비해 7.6% 올랐다. 저사양 제품인 DDR3 4Gb 현물가도 지난 12일 1.60달러를 기록하면서 1주일만에 12.7%나 올랐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를 ‘비상 상황’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현재 상황이 장기화 되지만 않는다면 당초 우려와 달리 업체들이 받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일본이 다음달 중순쯤 수출 허가 신청을 포괄적으로 면제해 주는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IT 제조사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감산’ 가능성은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확보한 반도체 소재 재고량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 위해 생산량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반도체 공급량 감소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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