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관련 소식이 14일(현지시간) 영국일간지 더 선에 실렸다. K리그 100만관중 돌파 소식도 아니요, 스타의 해외 유명구단 이적소식도 아니다. K리그2(2부 리그) 대전시티즌이 13일 영입을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한 브라질 국적 A선수의 이적철회 사유(후천성면역결핍증 양성반응)를 다룬 가십성 보도다. 이 매체는 A선수에 대한 황당한 영입철회 과정과 함께 선수 사진과 이름, 병명까지 그대로 적시했다. K리그엔 망신, 선수 개인에겐 크나큰 상처가 된 보도다.
더 황당한 건 선수인권을 짓밟은 이 같은 내용이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단 점이다. 대전 구단은 13일 A선수 영입철회 소식을 전하며 그의 의료기록까지 알렸다. 메디컬테스트 결과가 끝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영입발표를 한 실수를 덮기 위해 선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셈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따르면 감염인을 진단한 사람 등은 감염인 동의 없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주로 의료인에 적용되는 법 조항이라 구단이 처벌대상이 되긴 어렵다지만, 선수로선 자신의 의지에 반해 병명이 공개된 데 대한 책임을 구단에 얼마든지 물을 수 있다.
대전 구단에 따르면 A선수는 14일 오후부터 15일 오전 5시쯤까지 구단과 이 사태를 놓고 긴 시간 협의한 끝에 ‘상호가 원하는 조건’ 하에 조만간 원소속 구단(브라질 플루미넨시)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구단 관계자는 “(협의 시간이)우리에게도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밝혔지만, A선수는 아물지 않을 상처만 안고 한국 땅을 떠나게 된다.
이번 사건은 대전의 아마추어 구단운영 시스템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호 전 사장과 고종수 전 감독 등이 지난해 말 신인선수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채점표 조작 사건에 휘말리며 물러난 이후 구단을 재건하겠다고 나선 최용규 신임사장은, 부임 초기부터 상식 밖 구단행정을 펼치며 되레 국제망신까지 사고 말았다.
대전은 10여년 전만 해도 K리그에서 내로라 하는 인기구단이었지만 이젠 K리그를 흐리는 존재가 됐다. 막가파식 행정과 꼼수, 소통단절로 K리그 흥행가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이지솔ㆍ김세윤) 등 흥행카드를 들고도 K리그 1ㆍ2부 리그를 통틀어 총 관중수(1만6,614명), 경기장 평균 관중수(1,846명) 꼴찌를 달리며 팬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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