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의 고원지대인 헬라 지역의 ‘카리다 마을’에서 지난 8일 여성과 아이들을 상대로한 무차별적인 대학살이 벌어졌다. 이후 시신을 수습한 지역 주민들이 비닐 등으로 감싼 피해자들의 시신을 지키고 있다. 이들의 시신은 잔혹하게 토막 난 채로 발견됐다. 카리다=AP 연합뉴스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보복 살인이다.”

오세아니아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 지난주 여성과 아이 30여명이 부족 간 충돌로 잔혹하게 살해된 일을 두고, 브라이언 크레이머 현지 경찰 장관은 이같이 밝혔다. 부족 간 폭력 사태는 이미 오래된 문제지만, 이번처럼 약자만 노린 습격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국은 조사 후 한 부족장의 노모가 살해된 것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한정된 자원을 둔 분배 갈등이 배경에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크레이머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주 고원 지대인 헬라 지역에서 “임산부 2명을 포함한 여성 23명과 9명의 아이가 잔혹하게 살해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쟁 중인 ‘오이키루족’과 ‘리브족’이 서로 보복하는 과정에서 이런 참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리브족 주요 일원 중 한 명이 살해되면서 부족 간 감정이 악화했고, 이후 보복 공격을 벌이는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등 내전에 가까운 폭력 사태로 확전됐다는 것이다.

지난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7일 무니마 마을에서 부족장의 노모를 포함해 최소 6명이 살해된 데 이어, 다음날 카리다 마을에서는 오전 6시쯤부터 시작된 대학살로 15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목격자인 필립 피무아 카리다 보건소 관계자는 “3시간쯤 지나 마을로 돌아가 보니 집은 불에 타 재로 변했고, 시신은 조각이 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면서 “(시신의) 얼굴만 알아볼 수 있을 뿐 다리나 손은...”이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작은 마을에서 종족끼리 생활하는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종족 간 살인과 성폭행이 끊임없이 이뤄져 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뉴질랜드헤럴드(NZh)는 “금광 등 자원이 풍부한 토지에 대한 이용 권리가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부건빌 지역에서 2만명 이상이 숨졌던 부족 갈등 역시 거대한 광산 수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두고 벌어졌었다고 NZh는 덧붙였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현지 상황 통제를 위해 방위군을 급파했으며, 드론과 위성을 통해 도주자들을 추적해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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