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가로 개성공단의 재가동 등 대북제재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관점이 나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을 지냈던 마이클 모렐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그렇다, 핵동결이 북한과의 타당한 다음 조치’라는 글을 기고해 이렇게 주장했다.
모렐 전 대행은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은 두 가지 이유에서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북미 간 신뢰 수준으로는 단 한 번의 합의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우선 핵 동결을 통해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영구적 제한을 설정하는 것이 차후의 협의를 위한 양측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핵 동결이 수반되지 않은 비핵화 협상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북한의 핵물질과 장거리 미사일 비축량이 점점 늘어나 미국에 안보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북한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모렐 전 대행은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사이의 핵합의를 언급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의 핵물질을 보유하기 두 달 전 이란의 핵동결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이 핵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모렐 전 대행은 북한이 핵 동결에 동참한다면 미국이 내밀 ‘당근’도 제시했다. 2016년 2월 북한이 광명성 4호를 발사하면서 문을 닫았던 개성공단의 재개도 그중 한 가지로 꼽혔다. 모렐 전 대행은 “약간의 제한적 완화를 주면 북미 간의 장기 협상이 북한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며 개성공단 재개와 평양-워싱턴 이익 대표부 설치 등을 그 예로 들었다.
하지만 모렐 전 대행은 북한 핵 동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주의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핵 동결이 협상의 종착점이 될 수 없다”라며 “실제로 그렇게 되면 북한 정권의 승리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당한 수준의 경제 제재를 그대로 남겨두면서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북한에 대해 핵 관련 시설을 신고하고 국제 사찰단의 시설 방문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렐 전 대행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북한이 하려 하지 않았던 매우 중대한 조치라면서 이런 조건이 없다면 핵 동결은 무의미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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