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어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성토하며 일련의 대응책 마련을 위한 조건 없는 청와대 회담을 제안했다. 이전에 주장하던 ‘대통령과의 1대 1 회담’ 을 고집하지 않고 5당 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회담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을 줄곧 비판하며 대여 공세로 일관하던 황 대표가 입장을 바꾼 의도와 배경이 무엇이든,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혜를 짜낼 계기가 마련된 것은 반갑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회담이 성사돼 책임 있는 얘기를 나누고 국내외에 적절한 메시지를 내놓기 바란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회담을 제안한 뒤 “위기 상황에 정치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실질적 논의가 가능하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어떤 회담이라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한국당은 해법을 제시하고 힘을 보탤 자세와 각오가 돼 있다”고도 했다. 반면 그는 대일특사 및 대미특사 파견, 외교라인 교체, 민관정 협력위 설치 등 4개 항을 요구하며 “지난 8개월 동안 손놓고 있던 정부가 ‘반일 감정’을 국내정치에 이용하고 반사이익을 꾀한다면 묵과할 수 없다”는 단서도 달았다.
청와대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공식 입장은 유보했다. 비상 상황에서 이뤄지는 회담인 만큼 합의문이 나와야 하는데, 의제와 형식 등에 대한 어떤 협의도 없었으니 그럴 만하다. 황 대표의 제안이 다소 뜬금없고 일방적으로 4개 항을 요구한 것도 부담일 것 같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청와대 5당 대표 회동’을 기정사실화하며 “초당적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다른 야당도 회담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니 회담 성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회담에 임하는 여야 지도자들의 인식과 자세다. 아베 정부가 이 시점에서 왜 한일 관계의 근본을 위협하는 조치를 남발하는지, 그동안 일본이 어떻게 준비해 왔고 지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잘못한 것은 뭔지 등에 대한 공감대를 전제로 회담이 진행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부 책임도 따져야 하지만 ‘긁어 부스럼’은 피하고 결론은 진영논리를 떠나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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