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에 천착한 글쓰기… 새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 내 
조해진 작가는 등단 이후 7년간 한국어 강사로 일했다. 그가 낯선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사회를 보고, 언어와 언어 사이 침묵을 쓰는 데 익숙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한호 기자

한국은 한때 ‘아동 수출국’으로 악명을 떨쳤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지금까지 20만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됐다. 1980년대에만 6만6,511명을 해외 입양 보냈다. 조해진 작가의 신작 장편 ‘단순한 진심’의 주인공 나나가 프랑스로 입양된 1986년은, 수많은 한국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낯선 이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바로 그 시기였다.

“80년대면 못 살 때가 아닌데도 해외 입양 1위국가예요. 특히 미혼모 여성의 아이가 절대 다수인데, 한국이 미혼모에게 유난히 냉정하고 배타적이기 때문이죠.”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조 작가는 “차별적인 제도, 냉담한 시선, 아이들을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대해온 데 대한” 문제의식으로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은 나나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기원을 찾아 한국행을 택하며 시작된다. 기원을 더듬는 대개의 이야기가 출생의 비밀 또는 찾아 헤매던 이와의 만남에 관심을 둔다면, ‘단순한 진심’은 더 멀리 나아간다. 철로에 버려진 어린 나나를 발견하고 돌봐줬던 기관사는 중반부에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나나가 우연히 알게 되는 노인 연희의 이야기가 덧대지며 소설은 해외 입양 문제에서 기지촌 여성의 삶까지 확장된다. 연희는 한때 돌보던 아이를 외국으로 입양 보낸 후 평생 그를 그리워하는 인물이다.

“나나를 중심으로 가는 생명과 오는 생명이 있어요. 죽음에 다다른 연희라는 노인과, 곧 태어나게 될 나나의 아이. 가는 생명은 애도해주고, 오는 생명은 환대해주자는 게 소설의 첫 번째 구상이었어요. 소설에서는 나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초대하고, 돌보고, 거리낌없이 대해요. 서로에 대한 돌봄의 마음이 순환하는 관계를 그리고 싶었어요.”

불임이라는 이유로 남편에게 버림받았던 연희는 기지촌에서 일하다 흑인의 아이를 낳은 복순과 그의 딸 복희를 가족으로 끌어 안는다. 기지촌 여성과 혼혈아, 미혼모와 입양아. 개개로는 약한 이들이 하나의 대안가족을 구성하는 것을 통해 소설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연희는 가부장제에서 추방당하지만 강하고 주체적 인물이에요. 연희를 중심으로 한 여성인물들간의 유대를 통해 사람들이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길 바랐어요.”

이민자, 고려인, 재일조선인, 한국에 온 외국인, 난민신청을 하는 탈북인. 데뷔 후 15년 간 조 작가는 역사적 폭력에 희생당한 개인, 그 중에서도 디아스포라에 천착해왔다. 지난 5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주최한 해외 한인작가 초청 행사에 한국측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필이면 왜 흩어진 사람들이었는지 묻자 “역사는 지나갔지만, 이렇게 살았던 사람이 있었다는 걸 증언하는 것, 역사 속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 새롭게 환기시키고 기억하는 게 문학의 역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나나는 자신의 한국이름인 문주의 뜻(문기둥 또는 강원도 방언으로 먼지)을 비롯해 타인의 이름과 지명을 끊임없이 묻는다. 이렇게 해서 독자들이 알게 되는 어원에는 조선시대 겁탈당한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 모여 살아 ‘이타인’으로 불렀다는 데서 유래한 ‘이태원’과, 아이들의 시체를 묻은 매립지라는 지명에서 기원하는 ‘아현’이 있다. “’단순한 진심’은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걸, 독자들 역시 알았으면 좋겠어요.”

조해진 '단순한 진심'(민음사)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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