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찬 혹세무민.” 의석 110석의 자유한국당이 6석의 정의당 이정미 대표에게 퍼부은 독설이다. 이 대표가 10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한 데 대한 반격이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대표연설에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기준’의 시대에서 경제 주체가 자율적으로 맺는 ‘계약’의 시대로 가야 한다”며 ‘노동자유계약제’ 도입을 주장했다. 정의당의 상징처럼 된 ‘6411번 버스의 투명인간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 대표로선 “귀를 의심할 만한” 발상이었다.
□ 전후 맥락 없는 나 원대대표의 발언을 굳이 공박해 논란을 촉발한 것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다. 실제 이 설전을 포함해 지난 한 주는 정의당의 시간이었다. 일본의 ‘경제 공습’ 도 아랑곳없이 민주당과 한국당이 기 싸움을 하는 동안 지도부를 전면 개편한 정의당의 존재감이 유독 돋보인 까닭이다. 특히 노회찬 1주기(23일)를 앞두고 2년 임기를 마친 이 대표의 소회와 다시 지휘봉을 쥔 심상정 대표의 각오가 눈에 띄었다. 패스트트랙의 상흔 때문인지 심 대표에게 축하 한마디도 아낀 한국당의 옹졸함과 함께.
□ 가고오는 두 투사가 한결같이 펼친 소망과 약속은 ‘총선 승리와 진보 집권’이었다. 그 배경에는 “진보 정치를 향한 노회찬의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그의 손을 놓지 않겠다”던 다짐이 있다. 우선 과제는 한국당이 덧씌우는 ‘민주당 2중대’ 프레임을 떨쳐내는 것이지만 정체성을 지키며 독자성을 확보하는 줄타기가 쉽지 않다. “50대 초반의 초선 비례 여성 당대표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센 언니’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 대표의 말은 정의당의 부흥을 이끌며 그가 겪었던 마음 고생을 그대로 드러낸다.
□ 진보 신당 시절까지 합하면 4번째 진보 정당 대표를 맡은 심 대표는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 소금 정당ㆍ등대 정당 역할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한국당을 퇴출하고. 집권 포만감에 빠져 뒷걸음질치는 민주당과 집권 경쟁을 벌여 대체 정당으로 뿌리내리겠다는 뜻이다. “10% 안팎의 지지율로 뭘 하겠다고…”하는 비아냥도 있지만 그는 연동형 선거제 개혁을 끌고온 자신과 83.58%의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동지들의 열정을 믿는다. 그가 첫 공식 일정으로 마석 모란공원의 노회찬 묘소를 찾은 뜻일 게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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