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면접을 시작합니다.”
15일 경복대 남양주 캠퍼스 창조관 4층 미래공간 융합디자인센터에선 이런 안내 음성과 함께 AI면접 시연회가 열렸다. 이 학교 재학생 6명은 ‘AI면접 시스템’이 탑재된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가상으로 신입생 입시 면접시험에 임했다. 자기소개 등 기본질문부터 회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에 대한 대처법, 학과 지원 이유 등 AI의 질문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밝은 표정으로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
이날 면접은 경복대가 2020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AI와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 한 ‘AI면접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이뤄졌다. 대학에서 AI를 통한 면접은 처음이다. 전 대학에 AI면접이 적용되면 전문화한 평가 체계를 통한 우수 인재 확보가 쉬워지고 그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대학 입시 비리를 줄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학교측 설명이다.
학생들은 AI면접 이후 1분 만에 결과지를 받아 들었다. 가상의 시연회였지만, 결과표엔 해당 지원 학과의 적합도는 물론 자신의 다양한 역량점수가 수치화돼 제공됐다.
김효진(23ㆍ시각디자인과) 학생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면접보다 부담이 적어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할 수 있어 좋았다”며 “미래의 면접방식을 체험해보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AI 면접은 학교와 AI 리쿠르트 전문기업인 ‘MIDAS’와 6개월 간 준비작업을 거쳐 완성했다.
AI면접 시스템은 30분간 질문 응답과 과제 수행을 통해 지원자의 성과능력, 관계역량, 조직적합성, 호감도 등 학과에서 필요한 인성과 인지능력 보유여부를 판단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지원자 얼굴 68곳에 점을 찍어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고, 음색까지 살펴 진실성과 자신감, 적성도 가려낸다. 지원자의 데이터를 기업이 선호하는 우수인재상(고성과자)의 빅데이터와 비교 분석하는 방식이다.
경복대의 이런 시도가 전국 대학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그간 짧은 시간 내 많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대면 면접으로는 우수 인재를 가려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이 컸기 때문이다. 면접시험에서 드러나는 입시 부정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도입 확산에 힘이 실린다.
김경환 ‘MIDAS’ 과장은 “대면면접의 경우 시간적인 문제와 면접관의 편견으로 인해 지원자의 숨겨진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1만명 지원자를 평가하는데 불과 1시간 내에 가능하고, 공정한 평가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많은 대학들이 AI 면접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