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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사유 취조하듯 캐묻는 교장ㆍ교감” 교사들이 꼽은 갑질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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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사유 취조하듯 캐묻는 교장ㆍ교감” 교사들이 꼽은 갑질 1위

입력
2019.07.15 12:09
수정
2019.07.15 20: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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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서울지부, 2,252명 설문조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교감이 연말에 교사들 개개인의 연가, 조퇴 사용 시간을 그래프로 나타낸 다음 모든 교사 앞에서 보여주며 조퇴하지 말 것을 명령하더라고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교장이 정기고사 문제를 검토하며 ‘문제 수준이 낮다’ ‘문제가 가치 없어서 학원가에서도 우리 학교 문제를 취급하지 않는다’ ‘문제가 중학교 수준이니 중학교로 보내겠다’ 등 폭언을 일삼습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도 관리자인 교장(교감)과 평교사 간 위계적 관계에 의한 괴롭힘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6월 5일~7월 10일 한 달 간 서울 지역 초중고교 교사 2,25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학교 관리자 갑질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접수된 갑질 사례 고발 건수가 756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갑질’ 유형은 휴가 승인과 관련한 갑질로, 전체의 30.3%(229건)에 달했다. 휴가 사용은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인데, 대면 또는 구두로 사전에 허락하는 절차를 강요 받고 있다는 교사가 대부분이었다. 교육부도 사전 허락 절차가 필요 없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1,307명(58%)이 여전히 대면ㆍ구두결재를 요구 받는다고 답했다. 이중결재일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관리자가 심리적 압박감을 주고 사생활을 침해하며 결과적으로 합당한 이유 없이 휴가 승인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설문조사에서도 “병원이면 무슨 병원인지, 은행이면 무슨 업무인지 등 사유를 자세히 쓰라고 한다”거나 “취조를 당하듯 질문을 받아 많이 불편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자녀돌봄휴가를 신청할 때 증빙 서류를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불만도 많았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조사에서 “가정통신문이 따로 없는 (자녀의) 학부모 상담이나 입시 설명회 등은 근거 서류 제출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형식적인 근거 서류 제출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교사는 “자녀돌봄휴가를 신청하려고 하는데 학교 교감이 (사실 확인을 위해) 유치원 원장과 직접 통화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자녀가 있는 공무원은 연간 2일(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에는 3일)의 범위에서 자녀돌봄휴가를 받을 수 있다.

이어 △독단적 의사결정 및 부당 업무 지시 27.1%(205건) △폭언ㆍ막말ㆍ뒷담화 등 17.2%(130건) △친목행사 참석 강요 5.6%(42건) 등의 순이었다. ‘자기 점심만 급식 판이 아닌 반상기에 가져오라고 하는 교장’(부당 업무 지시)이나 ‘자기 아들의 대학 자기소개서를 써 달라고 하는 교감’(부당 업무 지시), ‘회식 자리에서 교사에게 술잔을 던지는 교장’(폭언ㆍ막말ㆍ뒷담화 등) 등이 이런 사례에 속했다.

김홍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 겸 대변인은 “아직도 권위적인 문화, 비민주적인 문화에 익숙한 학교 관리자가 많다”며 “학교의 지도 감독 권한이 있는 교육청 차원에서 갑질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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