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12>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지예 후보 포스터

‘시건방진 눈빛 사건’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뒤흔든 하나의 주요 장면이다. “1920년대 이른바 계몽주의 모더니즘 여성 삘이 나는 아주 더러운 사진을 본다. 개시건방진. 나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다. 그만하자. 니들하고는.” 당시 박훈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포스터에 대해 이런 글을 올린 게 발단이었다. 선거벽보와 현수막 훼손 사건이 잇따르던 시기였다. 이 공격적 언사가 큰 반발을 불러오자, 박 변호사가 부랴부랴 사과했다. 하지만 여러 후보, 운동원, 유권자들은 이미 확인할 대로 확인한 상태였다. 자신을 향해 공손하게 웃어주지 않은 ‘젊은 여성 후보’, 굽실대지 않는 후보가 어느 정도로 극단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 소위 진보 진영 인사마저도 얼마나 권위적이고 가혹한 유권자일 수 있는지.

최근 서울 종로구 녹색당 당사에서 만난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나 문법에 발 맞추지 않으면 계속 배척당하는 문화를 가진 정당들이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며 “이런 걸 깨는 일은 결국 다당제 사회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성도, 청년도 존중 받는 일부 정당의 문화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2020 총선을 앞두고 당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그에게 ‘젊게, 한국 정치를 재탄생 시킬’ 방법을 물었다. 녹색당은 최근 여성 후보들의 총선 출마를 독려하는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상태다.

◇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선거제 개혁 논의가 한창인데, 국회 대표성 가운데 눈 여겨 보고 있는 대목이 있을까요.

“평균 연령 55.5세, 역대 최고령 국회가 돼 버렸고, 올드보이 정치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우선 중요하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몇 달 전, ‘국가원수모독죄’를 언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는데, 그런 식의 사고방식이 있는 이들이 국민들의 대표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노동 문제, 환경 문제, 성평등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터져나올 때도 제3의 길을 찾는 게 아니라 이전의 방식대로 그때 그때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다는 문제인가요.

“평균 재산이 40억이라는 것도 큰 문제죠. 평균 재산 자체가 국민의 기본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진 의원들이 선출되고 있고, 국회의원의 토지를 다 합산하면 여의도의 1.3배라고 하잖아요. 이런 수치만 봐도 집 없는 이들, 민달팽이처럼 자가나 월세살이를 해야 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업적으로 보면 대부분 다 변호사 검사 판사 출신이기도 하잖아요. 김학의 사건 등만 봐도 엘리트 집단이, 국민들에 비해 더 확보한 지식, 권력, 인맥을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만 사용하고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회에 청년도 있으면 좋지, 여성도 있으면 좋지’ 차원의 문제가 아닌 거죠. 이들의 처지를 대변해 줄 이들이 국회에 전혀 없다고 하는 것은, 단지 국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상징적 현상으로 주목하는 것은요.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미투 법안이 200개 정도 올라왔는데 그 중 11개 밖에 통과가 안됐어요. 논의 과정을 보면 답답할 지경이에요. 이를테면 여태까지 국내 형법상, 성폭력처벌법상 자기가 자신을 찍어서 올린 것은 다시 제3자가 유포하더라도 처벌할 근거 조항이 없었는데, 이 ‘미동의 유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에 대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는 말들이 나와요. 여성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방향으로 논의 자체가 흐르질 않고요. 청년 이슈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깎인 것이 청년 일자리 예산, 청년 희망자금이다(2018년 5월 추경). 서울시에서 먼저 진행했던 것을 반응이 좋아서 예산안에 반영했는데 대폭 깎고 지역 예산을 늘리는 문제를 보더라도, 시민들의 절박한 마음이나 심정을 알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죠.”

-지역구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인데요.

“한국의 대의 민주주의 자체가 의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대의가 지역이기만 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사업만 봐도, 민심을 사로잡는 방향만 보면 무조건 추진하는 것이 이득이 아닌가. 국가 전체를 보고 정책이나 예산을 짜기 보단 나의 지역구, 나의 지역 주민들의 마음, 이런데 관심을 두는 상황인 거죠. 정당 측면에서 보면 단순히 지역에서 선거에 승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각 정당의 장기적 비전과 국가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선거를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한 과업이겠으나, 정당에서 어떤 정치인들이 더 양산됐으면 좋겠는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교육하고 교육받으면서 커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너무 한 쪽으로만 쏠려 있는 거예요. 권력을 얻는 일에만 골몰돼 있다 보니 비전이나 가치 인물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게 되는 게 아닐까 하죠.”

-생각하는 비례 확대의 수준은 어디까지일까요.

“전면 비례가 옳다고 생각하고, 당장은 적어도 1대 1은 맞춰져야 한다고 봐요. 독일의 경우가 1대 1이다. 국회의원 정수가 늘지 않는 것도 문제고요.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칩니다. 민심과 달라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얘기도 못 꺼내는 것 같지만 적어도 이런 식이라면 설득이 되지 않겠어요. 각 의원 세비를 줄인다거나. 지금은 예산안조차 다 들여다보기가 어려워 허덕이면서 하는데, 국민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수가 많아지면 달라지잖아요. 계산해보니 9명인 보좌관을 7명으로 줄이기만 해도 예산 확대 없이 가능해요. 그런 안을 고심하지 않는 것이 좀 안타깝죠.”

-국회는 고사하고 두 거대 정당에서는 당 내부에서부터 청년의 자리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청년들이 파워게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정당에 가 본적은 없지만 들어보면 계파가 있고, 인물 중심 정치들이 통용되고, 그 인물 밑에 줄을 잘 서지 않으면 간택 받기 어렵고, 청년들의 문제제기나 제안은 묵살되고, 그래서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일을 하려고 한다는 고민이 있더라고요.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나 문법에 발 맞추지 않으면 계속 배척당하는 상황도 있고. 그런 문화를 가진 정당들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하죠. 이런 걸 깨려면 결국 다당제 사회에서만 가능하다고 봐요. 다양한 결들이 있다 보면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당제 사회를 보면 각 정당이 취하는 방식이나 문화 구조에 대해 국민들이 바로 바로 호응하고, 자신의 비전이나 가치에 맞는 투표를 하잖아요. 한국은 워낙 공고한 양당제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보니 굳이 변화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이 바뀌지 않고 내려온 것 같아요. 국민 분들, 유권자 분들 입장에서는 내 표가 사표가 된다는 것, 흩어지는 표가 된다는 것이 큰 불안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선거제도 개혁이 그래서 중요하다.”

-녹색당이 최근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를 선포했는데요.

“청년도 그렇지만 국회에서 여성 비율도 17% 밖에 안되잖아요. 정체성의 정치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민들은 있거든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고 보는 거죠. 여성들의 목소리가 2018년에 그렇게 뜨거웠는데도 제도로 반영이 되지 못한 이유는, 정치적 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계속 이 상태로 내일을 맞이 한다면 다들 너무 지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상이 바뀌지 않고, 내가 매일 처해 있는 상황이 변하지 않으니까. 녹색당이 플랫폼이 돼서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인으로서 꿈을 꾸게 만들고, 또 많은 여성들이 이를 지지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됐으면 하는 거예요.”

-정치 세력화의 결정적 난관은 무엇인지요.

“제도적으로 바탕이 돼야 하는데, 스페인만 해도 ‘포데모스(청년층의 지지율이 높은 스페인 좌파정당)’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연합정당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전혀 그런 선거방식이 채택되지 않다 보니까 각자도생 할 수 밖에 없고 정치세력화도 오히려 더 못하게 되죠.”

-다른 제도적 난관이 있다면요.

“기탁금이 높은 것도 문제이고 그것도 일시에 내야 하거든요. 이런 수준으로 기탁금을 내는 나라가 거의 없어요. 일본이 거의 유일하고. 아예 내지 않는 나라도 많고. 사실은 돈 없는 사람들의 정치 참여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키는 국회가 쥐고 있는데요.

“연령도 여성도 다양해져야 국회가 변하지 않을까. 청년할당제를 이야기하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할당제 보다는 이런 문제들을 고심하는 정당을 지지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더 많은 시민들이 자기 자신을 대변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지지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한 거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도 빨리 통과가 되는 것이 중요하겠죠. 아쉽지만 그것이라도 명시를 하고 있어야 다시 개선할 기회가 빨리 오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기탁금 문제 외에도 정당법 안에 독소조항들이 많아요. TV 토론도 새로운 정당, 새로운 인물이 출연하기 어렵게 돼 있고요. 비례대표 후보는 선거운동에서 마이크를 들 수조차 없고요. 새롭게 시작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가 닫힌 편이죠. 이런 장벽들을 차근히 점검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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