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는 미국의 시인 겸 작사가 아벨 미어로폴(Abel Meeropol, 1903~1986)이 자작시 ‘쓰디쓴 열매(Bitter Fruit)’에 곡을 붙인 노래다.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로 하버드대 영문학과 대학원을 나와 교사로 일하던 그는 193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 백인들에 의해 살해돼 나무에 매달린 흑인 노예의 시체 사진을 보고 저 시(노랫말)를 써서 1937년 미국 교사노조회지에 발표했다. 1930년대면 흑인 인권운동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전이고, 남부 흑인들이 1차대전 유럽 이민자들과 경쟁하며 미국 북동부 대도시로 물밀듯이 몰려들던 때다. “남부의 멋진 전원 풍경”과 “(시신의) 튀어나온 눈동자” “달콤하고 신선한 목련 꽃 향기”와 “갑자기 끼치는 살 태우는 냄새”를 대비한, 80년대 한국 운동권 노래들이 80년 광주와 제주 4ㆍ3, 더 멀리 동학농민전쟁을 이야기하며 쓰던 낱말과 표현에 견주어 조금도 밀리지 않을, 서정적이어서 더 격렬한 선동의 노래였다.
실제로 저 노래는 30년대 뉴욕 매디슨스퀘어 같은 광장에서 로라 던컨(Laura Duncan) 같은 흑인 가수가 집회 현장에서 불렀다고 한다. 그 무렵이면 좌파 노동 집회였을 것이다. 실제로 미어로폴은 공산주의에 동조해 소련 첩자로 체포된 로젠버그 부부의 구명운동을 벌였고, 53년 그들이 사형당한 뒤 부부의 두 자녀를 입양한 이였다.
하지만 저 노래를 대중적으로 알린 건 역시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1915.4.7~ 1959.7.17)라고 해야 한다. 그는 39년 뉴욕 최초의 흑ㆍ백인 자유 출입 클럽인 ‘카페 소사이어티’ 무대에서 저 노래를 처음 불렀다. 그의 노래는 광장의 노래, 투쟁의 노래가 아니라 온 몸의 힘과 맥을 풀어버리는 애도와 장송의 노래였다. 재즈의 시대라고는 하나, 술집에서 즐겨 불릴 만한 노래는 아니었다. 알려진 바, 그는 눈을 감은 채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저 노래를 불렀고, 손님들도 넋을 잃곤 했다고 한다. 카페 설립자이자 주인인 바니 조지프슨(Barney Josepson, 1902~1988)은 빌리가 저 노래를 할 때면 빌리를 비춘 핀 조명 외 모든 조명을 껐고, 종업원 서빙도 멈추게 했다.
그렇게 ‘이상한 열매’는 미국 시민권운동의 주제가 중 하나가 됐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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