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오른쪽부터) 무역안보과장·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왼쪽부터) 무역관리과장·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든 일본의 속내는 “한국 정부의 백기투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 사과 등을 일체 요구하지 말라는 게 일본 의도라는 것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일본이 요구하는 대로 한국이 백기투항하라는 주장이 깔려 있다. 일본은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우선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을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제 보복 준비가) 시작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후반 독도에 상륙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도 (외교가) 일본보다는 중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때부터 일본이 한국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감정을 가져온 것으로 설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들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한국 대법원에서 나오면서 방아쇠를 당겼다는 설명이다.

아베 정권의 정치적 의도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아베는 평화헌법을 수정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자는 게 숙원인데 국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으니까 국제정치로 관심을 돌리고 싶은데 만만한 것이 한국이었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제3국 심판을 두고 중재위원회를 열자는 제안을 하면서 한국 정부에 18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의 답변에 따라 경제 보복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장 교수는 “일본의 요구는 타협보다는 백기투항”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추가적인 공격이 완화되거나 늦어질 수는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일본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한 각종 제재를) 시작한다면 IMF(국제통화기금) 정도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이런 정도의 각오를 하고 인식을 새로이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매운동이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타격이 된다”면서 “한국 정부가 협상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본 여행 자제에 대해 장 교수는 “일본 중소도시에는 한국, 대만, 중국 관광객이 많다. (한국 관광객이 끊기면) 지역경제에 바로 피해가 느껴지기 때문에 도지사, 이런 사람들이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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