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50대 신문배달원이 7개월간 사경을 헤매다 결국 숨졌다.
지난 1월 10일 자정 무렵 전주시 효자동 한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탄 채 신호를 기다리던 A(56)씨를 승용차 한대가 갑자기 덮쳤다. A씨는 이날 사고로 머리와 턱뼈, 옆구리, 엉치뼈를 온 몸에 큰 부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고, 뇌수술도 수차례 받았지만 결국 지난 12일 숨을 거뒀다.
A씨를 친 운전자 B(22)씨는 사고 직후 그대로 도주했다가, 사고 다음날 검거됐다. 당시 전역을 앞둔 상근 예비역 신분이었던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사고를 냈다.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이어 B씨는 헌병대에 인계된 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고, 불구속 상태에서 전역한 B씨는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전주지방검찰청은 지난 3월 사안이 중하고 피해회복에 대한 노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B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B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시일이 너무 지나 음주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B씨는 사고 직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던 음주 사실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형은 “동생의 삶이 너무 안타깝다. 음주 운전은 내 동생도 죽였지만 우리 가족도 같이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가해자는 단 한 번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을 끝까지 지켜 볼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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