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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달부터 백색국가 제외”… 전면전 치닫는 ‘한일 경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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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달부터 백색국가 제외”… 전면전 치닫는 ‘한일 경제전쟁’

입력
2019.07.14 20:00
수정
2019.07.14 23: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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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2개 품목 日 수출규제 영향권, 수소차 등 미래산업 타격 

 ‘안보상 우방國 제외’ 의미… WTO ‘日 수출제한’ 논의키로 

12일 서울 도봉구 소재 하나로마트 창동점 주류 판매대에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도봉구 소재 하나로마트 창동점 주류 판매대에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외교 문제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국지적 통상 갈등이 결국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와 관련된 일부 핵심품목에 대한 ‘핀셋’ 수출 규제 카드를 꺼냈던 일본이 다음달부터 한국을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나섰다. 당장 1,112개 품목이 일본 수출규제 영향권에 들게 됐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는 물론 수소차 등 미래 산업에도 큰 타격을 입을 거란 우려가 팽배해지는 가운데, 일본의 이 같은 행보가 결국 외교ㆍ안보 분야로 비화해 동북아 안보질서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12일 도쿄에서 열린 한ㆍ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 협의에서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겠단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달 1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3개 품목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했던 일본 정부가 이를 단순 경고나 엄포가 아니었음을 재확인한 것인데, 사실상 경제 분야에서 한국에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국이 당장 일본의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피해 범위는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다는 게 업계 공통된 관측이다. 화이트국가는 수출 허가신청을 포괄적으로 면제해주는 국가를 말하는데, 일본 정부는 현재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7개국을 지정하고 있다. 당연히 백색국가 지위를 잃게 되면 관련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 매번 개별적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산업부는 첨단소재, 전자, 통신 등 1,112개 품목이 당장 피해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33.8%, 반도체 생산의 기본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38.7%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반도체 분야 각종 부품과 소재 대부분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섬유와 수치제어 공작기계 등 미래 산업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수소연료탱크에는 일본산 탄소섬유가 주로 쓰이는데, 현대자동차 역시 수소연료탱크에 일본 도레이로부터 수입한 탄소섬유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 기업인 도레이와 토호, 미쓰비시레이온 등 3개 업체가 세계 탄소섬유 생산량의 약 66% 차지하고 있다. 수치제어 공작기계는 기계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지 확인해 오작동 시 정상 작동하도록 돕는 기기인데, 스마트공장 등 미래 제조업 분야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미래차 연구개발(R&D)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어떤 품목에서 실질적인 규제를 받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크다. 예컨대 일본 정부는 티타늄 합금, 지름 75㎜ 알루미늄관, 원심분리기, 대형진공펌프, 대형트럭 등 40가지를 감시 품목으로 두고 있는데, 일본이 이 가운데 어떤 품목을 수출 허가 혹은 규제 제품에 올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어떤 품목에 어떤 식으로 구체적인 규제를 가할 지 모르기 때문에 피해규모를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품목별로 또는 산업별로 자의적으로 절차를 쥐락펴락하는 등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화이트국가 제외를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것 자체가 한국을 안보상 우방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한미, 미일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일 갈등이 외교ㆍ안보 쪽으로 번질 경우 그 동안 관망하던 미국이 서둘러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 조치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는 등 여론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WTO는 한국이 제안한 ‘일본 수출 제한 조치’ 안건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 오는 23~24일 열리는 일반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민재용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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