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과 다른 현대적 재해석으로 정치ㆍ사회적 이슈 없이도 관객몰이
‘알라딘’의 마법이 1,000만 관객을 홀렸다. 디즈니의 실사 영화 ‘알라딘’이 14일 오전 10시 기준 누적관객수 1,002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기록하며 1,000만 고지에 올라섰다. 5월 23일 개봉한 이후 53일 만이다. 역대 박스오피스에선 25번째, 해외 영화 중에선 7번째 1,000만 돌파다. ‘알라딘’은 이제 ‘겨울왕국’(2014)의 관객수 1,029만명을 뛰어넘어 디즈니 제작 영화 흥행 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계는 ‘알라딘’의 1,000만 돌파를 ‘일대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알라딘’이 뒤늦게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 열풍을 일으키던 중에도 1,000만 흥행을 예상하는 관계자는 거의 없었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한 관계자는 “개봉 초기에 관객몰이가 저조하면 대형 흥행에는 실패한다는 통념이 ‘알라딘’으로 인해 완전히 깨졌다”고 말했다.
‘알라딘’은 상영 4주째 주말(6월 15일)에 일일 최다 관객(42만7,943명)을 기록하고 6주째 주말(6월 30일)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흥행 파워가 강해졌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개봉 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알라딘’ 재관람률은 3.8%였지만, 이달 11일 기준으로는 8.4%로 나타났다. 한 달 사이 두 배 이상 급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상위 10편 영화의 평균 재관람률(3.0%)과 비교해도 크게 높다.
극장 기술의 발전도 한몫했다. 영화 한 편을 다양한 포맷으로 즐기려는 수요가 ‘N차 관람’에 반영됐다. 좌석이 움직이고 특수효과가 가미되는 4DX 버전의 경우 관객수가 100만명에 달하고, 정성화를 비롯해 국내 뮤지컬 배우들이 OST에 참여한 더빙 버전도 120만명을 훌쩍 넘겼다. 상영 8주차 주말까지도 4DX 상영관의 주요 시간대는 거의 매진이었다.
영화 전문가들은 동명 원작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는 재해석이 흥행의 토대가 됐다고 진단한다. 술탄을 꿈꾸는 걸크러시 캐릭터로 다시 태어난 공주 자스민(나오미 스콧)이 대표적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극보수 성향이었던 디즈니가 ‘겨울왕국’ 이후 여성 파워에 눈뜨기 시작했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곧 수익 창출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라딘’이 또 한 번 증명했다”고 평했다.
자스민은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면서 주제가 ‘스피치리스’를 힘차게 불렀다. 요정 지니(윌 스미스)와 알라딘(메나 마수드)은 화려한 군무와 발랄한 음악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관객들의 빗발치는 요구로 싱어롱ㆍ댄스어롱 상영회도 열렸다. 각종 음원차트는 ‘알라딘’ OST로 도배됐다. ‘알라딘’ OST를 발매한 유니버설 뮤직의 관계자는 “6월 음원 매출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차트 10위권에 3~4곡이 올라간 경우도 많아 상당한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객 성향의 극적인 변화가 ‘알라딘’의 흥행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얼마 전까지도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외하면 1,000만 흥행작은 ‘택시운전사’(2017)와 ‘베테랑’ ‘암살’(2015) ‘명량’(2014) ‘변호인’(2013)처럼 관객들의 정치ㆍ사회적 욕구를 대변하는 작품인 경우가 많았다. 판타지 영화인 ‘신과 함께’(2017, 2018) 시리즈도 끝없는 노동과 가난의 굴레 등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품었다. 하지만 ‘알라딘’은 그야말로 오락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작품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여가 선용을 위해 관객에게 선택됐다는 점에서 ‘알라딘’은, 메시지에 치중했던 과거 1,000만 영화들과는 문화 소비 양태가 다르다”며 “주제와 표현이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른 바 ‘센 영화’에 대한 피로감과 그에 대한 반작용이 최근 ‘극한직업’과 ‘알라딘’처럼 무해하고 단순한 재미가 있는 가족 영화의 흥행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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