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 철회 요구 둘러싼 한일 엇갈린 주장

 조치 철회 요구 둘러싼 한ㆍ일 엇갈린 주장도 
 경제분쟁 속 첫 실무협의… 일본의 ‘의도적 홀대’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도쿄주재특파원 공동취재단

일본의 경제 보복을 둘러싼 양국 갈등 이후 한일 무역관리 실무자들이 12일 처음 마주했다. 상호 치열한 입장 제시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2시간을 예상했던 협의가 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양측 간 첫 만남인 데다 일본 정부가 “사실 확인을 위한 실무 설명회”라고 의미를 깎아 내렸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조치 해제 등의 성과를 기대한 자리는 아니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밤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양국 입장 차가 여전하지만 우리 입장을 충분히 개진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 측으로부터 자국의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하는 명분인 북한 등 제3국 유출과 관련해 “제3국에 대한 반출이 문제는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한 전략물자가 북한에 반출됐다는 이유로 이번 조치를 시행한 게 아니란 것이다. 일본 측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이 정책관은 “일본 측은 이번 조치가 한국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가 아니다”며 “해당 품목이 민간 용도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출이 허가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또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을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이후 각의 결정을 통해 공포가 되면 이날부터 21일이 경과한 시점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한국 측은 화이트 국가 제외 시 규제강화 대상 품목이 대폭 확대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24일 이전 당국자 협의 개최를 제안했지만 일본 측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가 이날 제안한 국제기구를 통한 수출통제 위반 사례 조사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측은 “한국의 무역관리 체제에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예방적 조치로 (이번 조치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NHK는 전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이번 조치는 강제징용 등 무역관리 문제 이외의 대항조치가 아니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경제산업성 측은 또 “이번 자리에서 한국이 조치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WTO 제소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관계자는 “우리 측이 조치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을 리가 있겠느냐. 사실과 다르다”며 “일본이 왜 딴소리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회의에 앞서 언론에 공개된 회의장은 양국 간 경제분쟁을 상징하듯 냉랭한 분위기에다 너무 열악했다. 경제산업성이 작정이라도 한 듯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인사들에 대한 의도적인 홀대만이 눈에 띄었다.

회의장은 화이트보드를 배경으로 이동식 테이블 두 개를 마주 붙여 양쪽에 의자 두 개씩 배치해 겨우 회의장 구색을 갖췄다. 구석에는 간이의자가 쌓여 있었고 이동식 테이블은 포개져 한쪽 켠에 놓여 있었다. 화이트보드에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글자를 프린트한 A4용지를 붙여두지 않았다면 회의장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 경제산업성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입장해 자리에 앉았고,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등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측 인사들이 입장할 때 ‘호스트’ 격인 일본 측 참석자들은 자리에 앉은 채 정면만 응시했다. 악수를 나누거나 명함을 건네지도 않았다.

일본이 외교관계에서 자랑해 오던 오모테나시(일본 문화 특유의 극진한 대접)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경제 분쟁으로 얼어붙은 양국관계를 감안하해도 의도적인 한국 무시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