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커제 9단과 18일 예정된 ‘2019 중국 사오싱 국제바둑대회 국제 초청전’ 맞대결
신진서 9단과는 ‘제2회 용성전’ 및 ‘제1회 바둑TV배 마스터스’서 4강 진출…만날 가능성↑
커제에게 상대전적서 앞서지만 내용면에선 아쉬운 부문도 많아
국내 1위 자리 내준 신진서 9단도 눌러야 할 상대…현재 18연승 중
박정환(맨 오른쪽) 9단이 올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제3회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커제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박정환 9단은 2017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만 3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기원 제공

박정환(26) 9단의 별명은 ‘인간 알파고’다.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가장 근접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수읽기는 기본이고 형세판단과 포석, 행마, 끝내기 등을 포함해 반상(盤上) 운영에서 갖춰야 할 경쟁력은 모두 무결점에 가깝단 평가다. 하지만 인간 알파고인 박정환 9단에게도 ‘아쉬운 2%’는 꼬리표다. 라이벌인 중국 커제(22) 9단에 대한 압도적인 제압과 5년 가까이 국내에선 ‘절대지존’으로 각인됐던 위상에 흠집을 낸 신진서(19) 9단의 진압이 숙제로 남아 있어서다.

초일류급에 올라선 지 오래됐지만 항상 커제 9단에 비해 모자란 주요 세계대회 우승컵은 박정환 9단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2008년에 입단한 커제 9단은 2015년부터 매년 세계 종합기전 우승컵을 수집 중이다. 실제 ‘2015 백령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약 1억7,000만원)를 시작으로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3억원)와 ‘2016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대회’(3억원),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2017 신아오배 세계바둑오픈전’(3억 7,000만원),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2019 백령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 트로피는 커제 9단 소유다. 모두 7개의 세계대회 우승 트로피를 보유한 커제 9단은 이 가운데 ‘백령배(2019년)’와 ‘삼성화재배’(2018년), ‘신아오배’(2017년) 등의 타이틀을 보유한 유일한 세계대회 3관왕이다. 커제 9단 보다 4살 많은 박정환 9단의 세계 주요대회 우승컵은 올해 ‘제12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약 1억7,000만원)와 지난해 ‘제3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대회’(약 3억원), 2015년 ‘제1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3억원), 2011년 ‘제24회 후지쓰배세계바둑선수권대회’(약 2억2,000만원) 등 4개다. 커제 9단이 현재 사실상 ‘세계 1인자’로 평가 받는 이유다.

우선, 코 앞으로 다가온 커제 9단과의 ‘빅매치’부터 넘어야 된다. 18일로 예정된 ‘2019 중국 사오싱 국제바둑대회 국제 초청전’(약 6,800만원)에서 커제 9단과 만난다. 이벤트 성격이지만 실질적인 양국 바둑계 1인자인 두 선수 맞대결의 무게감은 주요 세계대회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박정환 9단이 커제 9단에게 실력적인 면에서 완벽하게 앞서 있다고 보기 어렵단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국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두 선수의 상대전적 또한 박정환 9단이 커제 9단에게 11승9패로 앞서 있지만 내용면에선 박빙에 가깝다. 최근 두 선수가 벌인 ‘2019 CCTV 한·중·일 바둑쟁탈전’(약 1억3,000만원) 결승전과 ‘제5회 월드바둑챔피언십’(약 2억원)에서도 박정환 9단이 승리했지만 사실상 커제 9단의 막판 결정적인 자살골로 사실상 2승을 주워갔다. 여전히 실력적인 측면에선 박정환 9단이 커제 9단을 확실하게 제압한 상태가 아니란 얘기다. 이런 사실은 박정환 9단 자신도 인정하고 있다. 박정환 9단은 지난달 ‘제12회 춘란배 세게바둑선수권대회’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나보다 네 살 젊은 세계 1인자 커제와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커제 9단을 완전하게 넘지 않고선 진정한 세계 1인자로 올라서긴 어렵단 사실을 박정환 9단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박정환(맨 왼쪽) 9단이 지난해 12월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벌어졌던 ‘제1회 천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본선에서 신진서 9단과 대국을 펼치고 있다. 이날 대국에선 박정환 9단이 신진서 9단을 꺾었다. 한국기원 제공

가시권에 들어온 신진서 9단과 결승 맞대결 역시 박정환 9단에겐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 박정환 9단과 신진서 9단은 ‘제2기 용성전’(3,000만원)과 올해 신설된 ‘2019 바둑TV배 마스터스’(3,000만원)에서 각각 4강에 올라 있다. 용선전에서 박정환 9단은 이세돌(36) 9단과 김지석(30) 9단의 승자와, 신진서 9단은 이동훈(21) 9단과 박영훈(34) 9단의 승자와 각각 4강 대결이 예고돼 있다. 바둑TV배 마스터스 4강전에도 박정환 9단은 박종훈(19) 3단과, 신진서 9단은 이지현(27) 9단과 각각 올라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두 대회 모두 박정환 9단과 신진서 9단의 결승이 점쳐지고 있다.

무섭게 성장 중인 신진서 9단은 박정환 9단에게도 부담이다. 일단 박정환 9단은 신진서 9단에겐 11승4패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진서 9단은 말 그대로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기관차나 다름없다. 현재 박정환 9단이 15연승을 기록 중인 가운데 신진서 9단은 개인 최다인 18연승을 질주 중이다. 신진서 9단은 특히 이달 들어 2009년 랭킹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1만75점을 기록, 박정환 9단(1만70점)을 밀어내고 지난 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국내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올해 현재까지 박정환 9단은 33승11패(승률 75%)이지만 신진서 9단은 42승9패(82.35%)로 무려 80%대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밀레니엄둥이’(2000년대 태생)인 신진서 9단에게 ‘차세대 권력’이란 애칭이 붙여진 이유다. 신진서 9단은 “일단 4강전부터 이기고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면서도 “만약 박정환 사범과 결승전을 벌이게 된다면 좋은 바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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