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용 땐 대북제재 유예도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30 판문점 북미 회동 직후 예고한 양측 실무협상이 곧 시작된다. 협상을 앞두고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로 미국이 무엇을 요구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초기 조치보다는 비핵화 ‘엔드스테이트’(end-state·최종상태)로 ‘완전한 비핵화’ 개념을 재정의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란 게 외교가 중론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최대 원인이었던 비핵화 최종목표 설정을 북측이 받아들이면 미국은 일부 대북제재의 유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2~3주 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예고대로라면 양측은 다음주부터는 차기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 비핵화 첫 단계로써 영변 핵시설을 전면 폐기하고 전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동결하면, 미국이 민생 분야에 해당하는 석탄·섬유 수출 관련 대북제재를 유예하고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평화선언 등을 제공하는 협상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잘못된 보도”라고 부인했고, 서울 외교가에서도 현실성은 있으나 핵심을 잘못 짚었다고 지적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재 미국 협상안의 핵심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초기 비핵화 조치보다는 비핵화 최종목표를 설정하는 문제”라며 “미국은 차기 협상에서 싱가포르 성명에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를 구체화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엔드 스테이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최종목표 설정은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 핵·장거리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폐기’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국은 비핵화 초기 조치나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구축 관련 합의로 나아갈 생각이 없다. 협상 성패가 최종목표 설정 여부에 달린 셈이다. 다만 북한이 미측 안을 수용할 경우 미국은 보상조치 수준을 높여 북한이 절박하게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를 초기 비핵화 상응조치로 내놓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비핵화 최종목표에 이처럼 집착하는 이유는 미국 내 여론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비핵화 과정의 필수 요소인 ‘핵 신고’ 요구를 내려놨기 때문에 비핵화 범주라도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부실 합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종목표가 없으면 비핵화를 단계별로 쪼개서 접근하다 실패한 과거 합의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정권의 목표는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WMD 폐기를 국제사회에 공표한다면 북한이 트럼프 임기 내 협상 이탈을 시도할 확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