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수상자 수사 과정에서 영관급 장교가 병사들에게 허위 자수를 제의한 것으로 드러난 12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 모습. 뉴스1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영관급 장교가 부대 내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거동수상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하 병사에게 허위 자수하도록 시킨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국방부 등 상급기관에 ‘늑장보고’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수사단을 꾸려 거동수상자의 대공 용의점 유무와 사건 조작·은폐 여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사건이 발생한지 3주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군 경계작전 실패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번에는 사건 은폐와 축소 시도는 물론, 병사에게 책임전가까지 자행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해군 등에 따르면 이달 4일 오후 10시2분쯤 경계병은 2함대사령부 합동생활관 뒤편 이면도로를 따라 병기탄약고 초소 쪽으로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 채 달려오는 사람을 발견했다. 병사들은 규정에 따라 “정지”라고 외치며 3차례 암구호를 댔지만, 이 사람은 응답하지 않고 그대로 도로를 따라 달려갔고, 이 과정에서 랜턴을 2∼3차례 점등했다. 해군은 즉시 전시나 적 침투시에 발령하는 부대방호태세 1급을 내렸고 기동타격대, 5분 대기조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부대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사람이 정확히 식별되지 않았고, 외부를 향한 CCTV를 확인해도 부대 울타리나 해안 등 특별한 침투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해군은 “이튿날 새벽까지 최초 신고한 초병 증언과 주변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외부로부터 침투한 대공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며 “부대원 소행으로 추정해 상황을 종결하고 수사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결국 5일 A 병장이 정체불명의 사람이 본인이었다고 자수해 사건은 종결된 듯 했다.

허위자수 드러났는데도 장관에 보고 안 한 해군

하지만 헌병이 A병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초병과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드러나 이를 추궁하자, A병장은 9일에서야 B소령의 허위 자수 제의를 받아 자백했다고 털어놓았다. B소령은 10여명의 병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허위 자수 제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소령은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제안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많은 인원이 고생할 것을 염려한 직속 상급자가 허위 자수를 제의했고, 그 제의에 응한 수병이 허위자백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당 부대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관련 행위가 매우 부적절했음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수사를 진행해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처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 당국의 안이한 판단으로 일이 더 커졌다. 거동수상자 발견은 당시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전달됐지만, 이후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군 당국은 해군2함대에 수사를 맡겼다. 수사 과정에서 허위 자수가 드러났는데, 이런 내용은 합참의장이나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군 고위 관계자는 “5일 2함대에서 대공혐의점 없는 것으로 파악돼 상급 기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며 “2함대에서 정보 분석을 통해 대공혐의점 없는 것으로 확인했고 세부적인 내용을 국방부에서 파악하고 있다. 거짓 정황에 대해서는 수사단에서 합동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의 이날 폭로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자 국방부는 조사를 확대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 8명을 2함대로 보내 대공용의점 및 B소령이 허위 자수 제의 과정에서 강요했는지 여부 등 사건 조작·은폐 의혹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지역 합동조사팀을 25명으로 늘려 대공용의점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허위자수를 제의한 B소령은 이날 오후2시 직무에서 배제했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오후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12일 오전 10시 37분쯤 강원 고성군 거진 1리 해안가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목선. 고성=연합뉴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12일 오전 10시 37분쯤 강원 고성군 거진 1리 해안가에서 해양경찰이 북한 소형목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목선은 해안으로부터 30m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합참은 “목선 내에 북한 주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경이 도보로 해안을 순찰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목선은 길이 9.74m, 폭 2.5m에 1.3m 높이라고 합참 관계자는 전했다. 갑판 위에 그물이 소량 발견됐고, 동력장치도 없었던 것을 조사됐다. 목선 발견 당시 해군에서 파악한 작전기상 파고(파도 높이)는 1.5~2.5m였고, 거의 침수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목선은 상당 시간 물에 잠겼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과 군 등 유관기관이 대공용의점 등 지역합동조사(1차)를 진행 중이다. 거진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한 어민은 “잊을만하면 북한 어선이 내려왔다는 소식이 들려와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나홀로 조업하는 어민들도 많은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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