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삼척 목선 경계 실패 아니라 부대 내 폭언이 원인”
지난 8일 한강에서 투신한 육군 23사단 소속 A일병이 부대간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심한 욕설과 폭언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2일 성명을 통해 "피해자가 근무하고 있던 초소는 오래 전부터 부대장의 묵인과 방조로 병영 부조리가 만연한 곳이었다"고 밝혔다. A일병이 부대간부의 지속적인 욕설 등에 홀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해당 부대는 경계 근무 경험이 많지 않은 A일병에게 상황병 보직을 맡겼다. 그런데도 간부들은 업무가 미숙한 A일병을 보듬긴커녕 되레 폭언과 욕설로 다그쳤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임 소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A일병에게 부소초장이 "꼽냐? 야 시X 빨리 꺼져"라고 욕했고, 6월말엔 A일병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부소초장이 의자를 집어 던지는 일도 있었다. A일병은 초소에 투입된 4월부터 최근까지 동료 병사들에게 “부소초장을 죽이고 싶다”, “죽고 싶다"며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엔 A일병이 휴가를 연속으로 나갔다는 이유로 선임병으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임 소장은 "피해자가 마치 북한 목선 경계 실패로 책임을 떠안고 사망했다는 식의 주장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A일병이 배려병사였다며 사망 원인을 피해자 개인에게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군 당국은 A일병이 수시로 부대간부의 질책을 받긴 했지만 사망과의 연관성은 속단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라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인권센터가 발표한 내용도 고려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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