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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국민이 체감하는 과학기술

입력
2019.07.13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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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019년 정부연구개발 예산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019년 정부연구개발 예산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사업 가운데 좀처럼 그 성과를 실감하기 어려운 분야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영역이다. 원론적으로 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가 기업과는 달리 당장 큰돈을 벌거나 사회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성과를 내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매년 발표되는 연구개발 투자 소식을 접해봐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수백억 원대 비용이 어떠어떠한 사업들에 투여된다는 거시적 설명들이다. 다만 매년 꾸준히 정부의 연구개발비는 늘고 있다.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간의 성과를 실감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일단 과거에 비슷한 슬로건을 내세운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일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자료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의 연구개발 규모를 발표했다. 올해 대비 2.9% 증가한 16.9조원에 달한다. 투자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힌 3대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헬스 등이었다. 역시 거시적이라 감이 잘 안 잡힌다. 이에 비해 국민이 연구개발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나 폐플라스틱 문제 등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에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고 한다.

마침 이달 초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대학 총장들이 모여 지적한 내용에서도 비슷한 문구가 등장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사회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며, 공급자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수요자 또는 시민’의 입장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다소 의외였다.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의 목표는 당연히 국민의 입장에서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을 텐데 아직도 같은 얘기가 반복된다. 그만큼 연구개발의 성과를 체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제아무리 첨단 과학기술이라도 요술방망이처럼 사회문제를 단숨에 뚝딱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투자가 현재 어디까지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면 체감은 좀더 쉬워질 것이다. 특히 참신한 아이디어로 국민의 관심을 모은 사업인 경우가 그렇다. 2016년 시작된 ‘X 프로젝트’가 한 가지 사례이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질문’ 후보를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하고 여기서 추려진 과제에 대해 ‘위대한 답변’을 해줄 연구팀을 선정했다. X는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창의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의미로 사용된 용어였다. 사업 기간이 2년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지금쯤이면 ‘위대한 질문과 답변’이 무엇인지 대략 나왔을 것 같다. 국민이 직접 제기한 문제이므로 현재까지의 성과를 접하면 체감의 정도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찾기 어렵다.

정부의 발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문구는 ‘고위험’ 연구에 대한 지원이었다. 한 마디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하면 사회적 파급력이 막대한 분야를 지원한다는 의미이다. 많이 들어본 얘기이다. 단적으로 매년 100억원 규모의 지원이 10년간 이뤄진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이 2010년부터 시행됐는데, 선정의 주요 요건으로 ‘고위험ㆍ고수익’이 제시됐다. 워낙 중요한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과제이므로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도 했다. 당시 고위험ㆍ고수익이란 말은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흥미를 끄는 표현이었다. 정부의 다른 사업들과 정부출연 연구소들의 예산 배정에서도 이 항목이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어떤 과제가 어디까지 성공했고 실패했는지 말이다. 단순히 우수 학술지에 수백 편의 논문을 냈고, 국내외에 수많은 특허를 출원하거나 등록했다는 식의 설명으로는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한때 국민의 눈길을 끈 사업 정도라도 그 성과를 납세자의 눈높이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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