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14> 왕복근 정의당 전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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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근 정의당 전국위원은 “진보정당이라도 내부에서는 청년 세대에 적절한 도구와 예산을 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정당을 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청년 당원들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미 기자

“월 190만원 벌어 95만원은 월세와 학자금 대출 이자로 내고 있어요. 그리고 30만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쓴 선거운동 비용을 갚고 있고요. 3년 뒤까지 빚을 다 갚으면, 또 다시 지방선거가 돌아오네요.”

6ㆍ13 지방선거에 서울시 관악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왕복근(32) 정의당 전국위원은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은 선거 빚을 갚고 있다. 민선 이후 진보정당으로서는 해당 지역구에서 처음으로 두 자리 득표율을 기록한 결과에 기뻐할 새도 없이, 그가 맞닥뜨린 것은 1,300만원의 빚. 왕 위원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도 짬짬이 연차 휴가를 쓰며 지역구 표밭을 다지고 있다.

그는 각개 전투 하는 다른 청년 후보들에 비해 자신의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당에서 청년 후보에게 2,000만원을 지원해줬고, 득표율도 10%를 넘겨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 받은 데다, 은행 빚이 아닌 지인들에게서 빌린 돈인 터다. 현행 정치자금법의 제약으로 오랜 지인들은 정당 후원회를 통해 십시일반으로 뜻을 모았다. 큰돈은 각서를 써 빌려 가며 주변에서 융통했다. 1,000만원은 가뿐하게 들어가는 유세 차량은 언감생심. 운동 기간 내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선거를 완주했다. 그럼에도 진보정당과 청년들의 정치 진출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희망을 품고 다음 선거를 기약하는 그를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 이하 일문일답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관악구 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10.8%를 득표하며 선거를 완주했어요. 제 지역구에서 진보정당 후보로서는 첫 두 자릿수 득표라 의미가 있었죠. 하지만 선거 운동 과정이 모두 순탄했던 건 아니에요. 인지도 없는 진보정당의 젊은 후보가 할 수 있는 건 아침 출근 때 피켓을 들고 목이 쉬어라 인사하는 것과 명함을 나눠주는 것 밖에 없어 답답한 마음이 컸죠. 그런데 특정 동에서만 득표율이 17.8%가 나와서 정말 놀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동네 유권자 분들이 아침 일찍 제일 먼저 나와서 끝까지 피켓 들고 있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후보로 뛰어보니 어려운 점은.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젊은 정치 신인이 기득권의 현역 정치인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기초의원처럼 작은 단위의 선거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를 통한 소통밖에 없었어요. 차라리 옛날처럼 유권자들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후보자 연설회를 하는 게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구나 싶었을 정도라니까요. ‘유세 차량’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홍보 방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건, 그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유권자를 만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자구책이기도 해요.”

-선거 비용의 문제도 컸을 듯한데.

“일단 저는 유세 차량을 쓰지 않았어요. 차량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데에 이것 저것 다 하면 1,500만원이 한 순간에 나가더라고요. 선거 사무소 비용은 보전되지도 않는 항목이라 부담이 컸고요. 지역구가 크지도 않고 구의원 선거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다녔죠. 특히 청년들은 자금력이 중장년 후보에 비해 약하잖아요. 기성 세대는 전문직 등 직업이 탄탄해 대출도 쉽게 나오는데, 청년들은 어느 정도 득표를 해서 보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빚을 내기도 쉽지 않죠.”

-십시일반 지인의 도움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들었다.

“우선 당에서 청년 후보에게 2,000만원을 지원해줬고요. 다행히 득표율도 10%를 넘겨서 비용의 절반을 보전 받았어요. 현행법에 따르면, 현역 정치인이 아니고서야 평상시에 정치 자금을 모금할 수 없어서 지인들은 정당 후원회를 통해 뜻을 모아줬어요. 빌리기에 큰 돈은 각서를 써가면서 주변에서 융통했고요. 결과적으로는 1,300만원의 빚이 남아 있는 건데, 학자금 대출까지 해서 채무가 5,000만원이나 돼요.

-그래서 우리 정치에 청년은 왜 없을까.

“청년에게 앞으로 어떤 사회에서 살 것인지 비전과 제대로 된 메시지를 준 정당이 그 어느 곳에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당에 청년 당원이 적지는 않아요. 정의당에도 5,000~7,000명 가량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은 훨씬 많겠죠. 청년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할 때도 많은데 뭔가 하려고 하면 ‘너희는 미숙하니까, 잘 모르니까, 경험이 없으니까’라는 이유로 도구를 쥐어주지 않을 때가 많아요. 막상 떠올리면 진보정당의 대표 정치인들은 20, 30대 때 큰 단위 위원장이나 대표를 했으면서요. 기성정당도 아닌 진보정당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이중잣대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정의당은 청년 세대의 지지를 많이 받는 편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세대별 인식의 한계가 있어요. 우리 당 뿐 아니라 모든 당이 청년 정책을 이야기할 때 ‘일자리’만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것도 한 예로 볼 수 있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우니, 그것만 해결되면 좋아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정의당 내에도 분명 있어요. 결과적으로 청년 세대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안 하는 거죠.”

-일자리가 아닌 청년이라면.

”수도권 청년의 경우 주거 문제가 정말 심각해요. 저는 190만원 정도 벌어서 50만원을 월세로 내요. 심지어 이게 싼 편이에요. 지금 2030 세대들은 대부분 200만원 남짓 월급을 받는데, 임금의 4분의 1을 주거비로 써요. ‘비정규직’ 문제도요. 비정규직 문제 자체가 ‘청년 이슈’라 볼 순 없지만, 대다수의 청년이 비정규직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학자금 대출 문제는 또 어떻고요. 지금 제 또래가 주로 학자금 대출 상환을 시작하는 나이인데요. 친구 중엔 매달 60만원씩 갚는 친구도 있어요. 이런 친구들에 대해서 우리 정치가 어떤 설명을 해주고 있나요.”

-결국 대표되지 않는 이들의 정치 소외 문제다.

“국회 자체가 40, 50대 전문직 남성들의 공간이니까요. 여성 의원 비율(17%)은 19대 국회보다 더 떨어진 것이고, 성소수자 의원이나 현장 노동자 출신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도 문제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소수자 의견이 국회에서 아무 것도 반영되지 않고 있어요. 조금 더 다양한 머리 스타일과 다양한 복장을 한 국회였으면 해요. 지금은 양복입은 중년 남성 밖에 상상할 수 없잖아요.

최근 대만에 가서 신생 원내 정당인 ‘시대역량’을 보고왔어요. 록밴드의 보컬이, 소수민족이, 군대에서 의문사를 당한 동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웠던 누나가, 노동자 얘기를 하는 법학자가 그 당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있어요. 성소수자도, 여성도, 물론 청년도,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도, 장애인도 더 다양하게 국회에 진입해야죠.”

글ㆍ사진=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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