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 선언 후 국적 포기‘배신의 아이콘’ 전락… “입국 불허” 69%, 여전히 여론 싸늘
유승준이 2015년 인터넷 생방송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한국 땅을 밟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아프리카TV 캡처

가수 유승준(43ㆍ미국명 스티브 유)은 1990년대 후반 ‘아름다운 청년’의 상징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 늘 기도 먼저 했다. 노래 ‘가위’와 ‘나나나’ ‘열정’ 등으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도, 스캔들 한 번 내지 않았다. 1997년 스무 살에 데뷔한 청년은 금연 홍보 대사로 나서며 금욕적인 생활에 앞장섰다. 바른 생활로 칭송받던 아이돌은 2002년 ‘배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회피를 시도해서였다. 평소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를 가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던 그였기에 대중의 분노와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미국 시민권을 따고 현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유승준은 2002년 2월1일부터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법무부가 병역을 회피한 유승준을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람’으로 봐 입국을 불허한 결과였다.

한국에서 쫓겨난 유승준은 귀국을 위해 그간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입국을 허가해 달라는 진정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승준은 ‘우회 전략’을 썼다. 2007년 앨범 ‘리버스 오브 YSJ’를 국내에 내고, 2012년 홍콩에서 열린 음악시상식 MAMA(Mnet Asian Music Awards)에 깜짝 출연해 대중과 만남의 기회를 노렸지만, 철저히 외면당했다. 결국 유승준은 2015년 인터넷 생방송에서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죄를 했다. 국민들에게 잘못을 빌고 한국 땅을 밟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그에게 싸늘했다. 유승준은 지난 1월 노래 ‘어나더 데이’를 내 “제발 되돌리고 싶어”라고 노래했다. 과거를 거듭 반성했지만 그를 향한 가시 돋친 시선은 여전했다.

이날 대법원판결로 유승준이 한국 땅을 밟을 길이 열렸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은 ‘첩첩산중’이다. 연예인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8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전국 성인남녀 501명ㆍCBS 의뢰)에 따르면 ‘유승준의 입국을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이 68.8%로 여전히 높았다. 방송 출연의 ‘벽’도 높다. 래퍼 MC 몽은 2010년 병역 기피 논란에 휘말린 뒤 여태 방송 활동을 못 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15년 차 예능 PD는 “유승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커 제작진 입장에서 그의 섭외는 무리수”라고 말했다. 신곡으로 국내 연예 활동 재개를 시도할 수 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유승준의 데뷔 시절 활동을 지켜보며 그와 친분을 쌓은 가요계 관계자는 “유승준이 곡 작업을 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유승준의 법률대리인인 임상혁 변호사는 “대중에 용서를 구하고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는 게 먼저”라며 “유승준의 국내 연예 활동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유승준은 이날 대법원의 예상치 못한 판결 소식을 접하고 가족들과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유승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승준은 대법원판결 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대중의 비난 의미를 되새기며 평생 반성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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