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7일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이재용 삼성부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여러 악재가 겹쳐 벼랑 끝에 내몰린 삼성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나흘째 현지 경제인들과 연쇄 회동을 하고 있으며, 이르면 12일 한국에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실적 악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의 악재로 삼성전자가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 더해 이르면 다음달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경영권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중인 이재용 부회장은 현지 경제인들과 연쇄회담을 가졌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가 당초 한일간의 외교 문제로 불거진 사안이라 경제인이 나서서 해결할 여지가 크지 않았던 데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방침이 워낙 확고해 삼성에 우호적인 현지 기업인들의 간접지원 등 실질적인 협조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밖 해외 공장에서 반도체 소재를 우회 수입하는 방법을 타진했지만 긍정적인 대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일본 기업ㆍ경제인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데는 상당부분 성과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또 검찰 수사로 삼성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고위 임원이 구속 되면서 조직 내부 동요도 일어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분야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사태까지 터져, 삼성전자가 창립 50년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비상경영 체제를 꾸려 사태 해결에 전력투구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계열사 사장단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 혁신을 요구했었다.

문제는 현재 삼성을 둘러싸고 있는 악재들이 대부분 외부에서 촉발된 문제라는 것이다. 뚜렷한 하강기에 접어든 글로벌 반도체 업황은 물론이고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의 이슈들은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올해 초부터 주도하고 있는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사업은 업황 변동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키워 놓으면 지금처럼 업황에 따라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터지자 일본으로 건너가 거래 업체들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대체 공급선 확보에도 분주히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 등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으로서 해결할 수 없는 악재가 상존하지만, 최근 각종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삼성그룹 총수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일본에서 돌아온 뒤에도 반도체 산업 현장을 챙기거나 대체 공급선 확보를 위해 해외 출장을 떠나는 등 바쁜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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