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교ㆍ통상 분야 핵심 인사들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본격적인 대미 외교전을 시작했다. 물론 미국의 공개적인 지지를 끌어내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미일 3국의 경제ㆍ안보 협력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임을 미국이 분명히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11일 통상전문가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전격적인 미국 방문 목적에 대해 “일본의 수출 규제를 포함해 한미 간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에 이어 다음주에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을 찾는다. 앞서 전날 밤에는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태 해결의 원칙적인 방안으로 천명한 외교적 해법의 일환으로 한미 간 협의에 적극 나선 모양새다.
정부가 미국을 사실상의 중재자로 선택한 것은 한미일 3국 협력 관계에 비춰 의미가 있다. 미국에 한국과 일본은 모두 유력한 협력국이자 동맹국이어서 어느 한 쪽을 편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글로벌 패권 경쟁 상황에서 한미ㆍ미일 동맹에 기반한 동북아 3각 체제의 한 축이 흔들리는 데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한미일 3국의 긴밀한 공조는 필수다.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가 글로벌 공급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과 세계 무역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과 함께 “한미일 3국의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것은 적절했다. 한일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미국이 우려하는 동북아 3각 협력체제 역시 훼손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명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다.
물론 미국의 개입이 우리에게 반드시 유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이는 구한말 이후 우리 현대사에서 숱하게 경험한 바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는 일에 전력을 다하되 한미 동맹이라는 특수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