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우 안동병원 경북권역응급의료센터장
“경북닥터헬기가 전국 닥터헬기 중 가장 많은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합니다.”
경북닥터헬기가 이달 초 취항 6년을 넘겼다.2013년 7월4일 처음 하늘로 날아오른 경북닥터헬기는 지금까지 경북 전역과 강원, 충북까지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했다. 365일 내내 일출부터 일몰까지 의료진 15명과 조종사 5명,관제사,정비사 등 30명이 활동하는 경북닥터헬기는 지난달까지 6년간 2,203차례 출동해 2,057명의 환자를 옮겼다.국내 6개 닥터헬기 중 가장 많은 환자이송 기록이다.
경북닥터헬기의 기둥인 김연우(42ᆞ응급의학과 전문의) 안동병원 경북권역응급의료센터장 겸 항공의료팀장은 15일 “해가 떠있는 동안 언제 어디서 출동요청이 들어올지 몰라 화장실조차 느긋하게 다녀오지를 못할 정도”라며 “골든아워를 사수하는 것이 닥터헬기의 생명”이라고 말했다.
출동요청이 들어오면 응급의학과 의사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닥터헬기 출동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한다. 여름에는 장시간 근무, 겨울에는 칼바람 때문에 근무환경이 녹록지만은 않다. 김 센터장은 “8명이 한 조로 당번을 짜서 하루씩 교대한다”며 “요즘에는 하루 15시간 넘도록 닥터헬기에 매달려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도 현장을 직접 날아오른다.지난달 9일 오전 11시51분 안동병원 항공의료팀으로 “어르신이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는 청송군보건의료원의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즉시 헬기에 올라 13분 만에 병원서 50㎞ 떨어진 의료원에 도착하니 환자의 호흡상태도 불안정했다.김 센터장은 산소포화도마저 낮은 환자의 코로 산소를 주입, 산소포화도를 99%로 유지하고 안동병원에는 의료진을 대기시켰다.다시 안동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22분, 총 31분이 걸렸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는 중환자실로 이송된 후 한 달 정도 치료를 받고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닥터헬기는 응급초음파기 심전도기 환자활력측정모니터 등 응급의료장비 30여대와 응급의약품 30여종을 갖추고 있다.그래서 심근경색 등 진단과 기관절개술 등 응급치료는 헬기 안에서도 가능하다. 그는 “멀어도 1시간 내로 환자를 이송한다”며 “의사가 이송과 동시에 진료계획을 짜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닥터헬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의식이 흐려져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출혈이 심한 환자를 이송할 때는 진땀을 뺀다.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팔 다리를 움직여 헬기의 잠금장치나 의료장비를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다출혈환자를 이송하면 헬기는 ‘피바다’가 되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환자 안정을 위한 필수약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평소 헬기 내부에는 비치하지 못한다”며 “출동 시 이를 별도로 챙기는 시간이 아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닥터헬기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보배같은 존재지만 민원과 마주할 때가 가장 힘들다”며 “2014년에는 주민이 헬기 착륙장에 난입해 ‘강풍으로 작물에 피해가 간다’고 이륙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여기다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역도 민원에 민감해 헬기 이착륙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그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생명의 끈이 될 수 있다”며 “헬기 운항을 보장하는 행정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내에는 전남 인천 강원 충남 전북 6개 지역에서 닥터헬기가 환자들을 이송하고 있다.경북보다 2년 정도 일찍 가동된 전남이 지난 12일까지 2,004회 출동해 2,000명 안팎의 환자를 이송한 것을 감안하면 경북의 활동은 두드러진다.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경북닥터헬기가 경북 북부지역의 중심인 안동을 거점으로 사방팔방으로 출동한다”며 “고령 인구가 넓은 곳에 분산돼 있는데도 의료시설이 마땅치 않은 지역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닥터헬기로 의료사각지대 중증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동=류수현기자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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