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분노” … 혁신위, 갈등 진앙으로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린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가 출범하자 마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손학규 대표 측근인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11일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다. 그는 손 대표의 퇴진을 목표로 한 당 혁신안에 반발하고 있다.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해 꾸려진 혁신위가 갈등의 진앙이 된 셈이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어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해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크게 분노를 느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지난 1일 주 위원장이 “선수들을 믿고 조용히 코치 역할을 하겠다”고 한 지 불과 열흘 만이었다.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도 주 위원장의 사퇴 의사를 미리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위원장은 10일 의결된 혁신안 때문에 폭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 위원장과 혁신위원 8명은 마라톤 회의 끝에 손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 유승민 전 대표 등 당내 핵심 인사들의 정치 비전을 검증하는 공청회를 열고, ‘손학규 체제’의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손 대표 재신임을 묻기 위한 것이다. 혁신안을 막지 못한 주 위원장과 당권파 위원은 사퇴로 배수진을 쳤다.
혁신위 전망은 처음부터 어두웠다. 올해 4월 보궐선거 참패 이후 안철수ㆍ유승민계가 손 대표 퇴진을 주장했지만, 손 대표는 완강히 맞섰다. 강 대 강 대치가 한달 넘게 이어진 끝에 중재안으로 나온 게 혁신위다. 그러나 손 대표 유임을 전제로 구성된 반쪽 짜리 혁신위인 탓에, 근본적 당 혁신은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좌초하고 말았다.
손 대표를 퇴진에 무게를 둔 혁신위원 5명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진통에도 끝까지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쪽 난 혁신위가 정상적인 혁신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장 혁신위 재구성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이라며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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