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 만남 실익 없어… 전문가들“물밑서 고위급 특사 역할해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출구 모색을 위한 정부의 고위급 특사 파견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과 아무런 접점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사를 비롯한 고위급 이상이 만나 ‘알맹이’ 없는 대화를 나누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한일간 신뢰할 만한 소통 채널 확보 차원에서라도 1차 분기점으로 꼽히는 18일 이전에 특사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특사 파견설은 10일 이낙연 총리의 대정부질문 답변을 계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사 파견을 고려하느냐’는 의원 질의에 이 총리가 “여러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고 답하면서다. 고위급 특사 파견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도중에 외교가에서 ‘톱다운’ 해법의 일환으로 수차례 언급됐던 방안이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후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상층부가 대화의 문을 닫은 것으로 여겨져 특사 파견을 비롯한 톱다운 대화 요구 자체가 수그러들었다. 그러다가 일본 수출규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함에 따라 다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로서는 딜레마다. 갈등 국면일수록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당위성은 있으나, 당장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급 협의를 한다 해도 실속 없이 끝날 위험이 커서다. 지난달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안한 한일 기업의 공동 배상안과 관련해 일본 측이 내부적으로 의견 수렴을 시작하거나 적어도 실무 선에서 합의 신호가 감지된 후에야 고위급 이상 대화가 의미 있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위험 때문에 아직까지 정부는 톱다운 대화에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한 정부 소식통은 11일 “특사 파견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특사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니 원론적 측면에서 ‘필요할 때가 되면 하겠다’는 식으로 말씀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외교 소식통도 “지금 중요한 것은 대화의 급보다는 내용인데 설령 대통령이 만난다 해도 강제징용 해법이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날 세운 대화만 하지 않겠냐”며 “지금은 대화 급을 올릴 때가 아니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일관계에 정통한 전직 외교관들은 양국 상층부 간 대화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라종일 전 주일 대사는 “현 상황에서도 일본 측과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흉금 터놓을 수 있는 인사들이 있다면 신뢰 회복 차원에서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특히 공개적으로 특사 얘기가 나와 부담이 되지 않게끔 물밑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역시 “일본이 한일 청구권 협정 중재위원회 설치에 대한 답변 시한으로 설정한 18일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문제해결 의지를 일본 고위층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특사 파견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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