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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이면서도 잔인한 소총 AK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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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이면서도 잔인한 소총 AK47

입력
2019.07.12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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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 47을 들고 사격 중인 오사마 빈라덴. 이데아 제공
AK 47을 들고 사격 중인 오사마 빈라덴. 이데아 제공

전 세계 인구 77명당 1명꼴로 갖고 있는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다. 1947년 첫 발명된 이후 60여년 간 1억 개 정도가 유통됐다. 최소 50개국의 합법적 상비군이 보유하고 있으며, 제3세계에선 반란과 저항의 상징으로까지 자리잡았다. 작동이 간단하고 튼튼하며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도 효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는, 소총 AK-47 이야기다.

AK-47은 어떻게 이토록 전설적인 명성을 얻었을까. 미국의 저널리스트 래리 커해너는 저서 ‘AK47’을 통해 매혹적이면서도 잔혹한 AK-47의 역사를 분석했다. AK-47로 인한 전 세계의 군사, 정치, 사회 변화는 물론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까지를 돌아본다.

AK시리즈의 장점은 다양하다. 움직이는 부품이 거의 없어 막히지 않고, 열기와 냉기, 비와 모래에 강하다. 백발백중까지는 안 돼도 근접전에서는 엄청난 화력(1분당 600발)을 뿜어낸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병사들이 “논에 6개월 넘게 처박혀서 녹이 슨 흙투성이 AK라도 끄집어내 군홧발로 노리쇠를 걷어찼더니 완벽하게 발사됐다”고 보고할 정도로 내구성도 좋다. 심지어 값도 저렴하다.

AK를 발명한 인물은 러시아인 미하일 티모페예비치 칼라시니코프.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차병으로 징집된 그는 적의 손에 스러져가는 동료들을 목격하며 악몽에 시달리다 “독일군을 조국에서 몰아낼 수 있는 무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무기와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기에 노트에 이런저런 스케치를 했고, 공산당과 군 간부들에게 찾아가 시제품을 선보였다. 처음엔 퇴짜를 맞았지만 칼라시니코프의 천재성을 인정한 군은 그를 기술학교에 보내 결국 AK-47을 탄생시켰다.

2005년 바그다드 시내에서 AK의 이라크 모델 타부크를 들고 있는 병사. 이데아 제공
2005년 바그다드 시내에서 AK의 이라크 모델 타부크를 들고 있는 병사. 이데아 제공

AK-47은 금세 전장을 매료했다. 우선 베트남전 당시. 실전에 투입된 미군의 표준 전투소총은 총알이 막히고 고장이 잦았다. 문제가 개선되긴 했지만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이 사용하는 AK-47이 밀림의 근접전에서는 M16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미군 병사가 많았다고 한다. 2003년 이라크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래폭풍이 일 때면 M16은 걸핏하면 총탄이 걸려 발사가 되지 않았다. 미군들은 바람이 덮치기 직전 총기를 랩으로 싸거나 더플백에 넣어야만 했다. 하지만 AK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AK-47이 세를 얻어가는 만큼 세계의 신음도 늘어갔다는 점이다. 세계 곳곳에서 능력을 증명한 AK-47은 비단 정규군뿐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의 각종 테러 집단에도 흘러 들었다. 작동 방식이 쉬워 누구든지 곧바로 사격할 수 있었던 덕에 마약상과 갱단 심지어는 소년병들까지 이 총을 들었다. 하나의 ‘반체제’ 상징이 된 이 총기는 군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하는 데도 쓰였다.

‘AK 47’ 발명가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자신의 이름을 딴 보드카 병을 들고 웃고 있다. 이데아 제공
‘AK 47’ 발명가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자신의 이름을 딴 보드카 병을 들고 웃고 있다. 이데아 제공

다시 칼라시니코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전설적인 AK-47의 아버지인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불행히도 총기 발명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해 평생 가난에 시달렸다. 1998년이나 돼서야 자기 이름을 보드카 회사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겨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는 AK-47을 자랑스럽게 여길까. 2002년 영국 일간 가디언과 했던 인터뷰 중 그의 한마디. “나는 내가 만든 발명품이 자랑스럽지만 테러리스트들이 그 총을 사용하는 건 유감입니다.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계, 예컨대 잔디 깎는 기계를 발명했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AK47

래리 커해너 지음ㆍ유강은 옮김

이데아 발행ㆍ392쪽ㆍ2만원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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