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56)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현역 시절 못 다 이룬 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
선 전 감독은 1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연수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내년 양키스 구단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메이저리그 선진 야구를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미국 무대 도전은 감회가 새롭다. 한국에서 ‘국보’로,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시절엔 ‘나고야의 태양’으로 추앙 받으며 한일 야구를 평정한 선 전 감독은 현역 시절 일본이 아닌 미국에 진출하려 했었다. 제1회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1981년과 야구가 시범경기로 채택된 1984년 LA 올림픽 직후 두 차례 미국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양키스는 두 차례 모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팀이다. 선 전 감독은 “군대 문제 때문에 못 가 한국화장품에 입단했다가 해태에서 계속 뛰게 된 것”이라고 웃으며 “뒤늦게나마 꿈이 실현됐다. 선진 야구의 시스템을 배우고 싶다”고 미국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선 전 감독의 미국행은 스티브 윌슨 양키스 국제담당 총괄 스카우트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윌슨은 1984년 LA 올림픽에서 캐나다 야구대표팀의 일원으로 당시 한국대표팀의 에이스 선 전 감독과 상대했던 인연이 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윌슨은 ”당시 캐나다 전력도 좋았는데 선 전 감독의 투구에 캐나다 벤치는 침묵에 빠졌다. 당시 선 전 감독은 세계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양키스 구단이 일본 지도자(마쓰이 히데키)를 구단에 초청한 적은 있지만, 한국 지도자는 최초다.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양키스 구단 현장 지도자 회의, 프런트 회의 등에 선 전 감독에게 참석할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선 전 감독은 “일단 스프링캠프에 참관한 뒤 다시 구단과 상의를 해서 길게는 1년간 미국 야구 시스템을 공부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 선진 야구의 선수 관리 쪽이 궁금하다”면서 “장기 페넌트레이스에서 선수들의 관리 시스템, 구단의 육성 시스템을 배우고 싶다"고 기대했다.
이치훈 양키스 국제담당 스카우트는 “양키스에선 감독님을 ‘DY선’으로 부를 만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내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존재다. 감독님이 원하는 모든 걸 맞춰드릴 것이다”라고 극진한 대우를 약속했다.
선 전 감독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일궜지만 일부 선수들의 병역 논란으로 불거진 정치권의 공세에 못 이겨 자진 사퇴했다. 그는 현장 복귀를 묻는 질문에 “그것도 포함해서 야구를 통해 봉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계획 중이다”라고 답했다.
선 전 감독은 오는 10월 자신의 45년 야구 인생을 담은 야구 철학 서적을 출간할 계획도 전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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