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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니 관용을” 좀도둑 된 대도 조세형 ‘눈물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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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니 관용을” 좀도둑 된 대도 조세형 ‘눈물의 호소’

입력
2019.07.11 13:57
수정
2019.07.11 18:5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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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형.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세형. 한국일보 자료사진

11일 오전 10시 20분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법 401호 법정.

여든 한 살의 노인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지난달 1일 경찰에 붙잡힌 조세형(81)씨다. 지난 3~6월 네 차례에 걸쳐 서울 광진구와 성동구 일대 주택에 침입해 귀금속 등 6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970~80년대 사회 고위층 집을 잇따라 털어 ‘대도(大盜)’라 불렸던 화려한 시절에 비하자면, 너무 볼품없는 ‘좀도둑’이다. 여든 나이에 맞게 힘 없이 쪼그라든 노인이었다.

법정에 선 조씨는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재판부에 털어놓으며 울먹였다. 그는 “해방 3년 전인 네 살 때 고아가 됐다”며 “어릴 때 복지시설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는 바람에 야뇨증(낮 동안 소변을 잘 못 보다 밤에 무의식 중에 지리는 것)이 생겼고 매 맞는 게 싫어 매번 도망을 쳤다”고 말했다. 이어 “먹을 것을 훔치다 보니 소년 교도소에 가게 됐고 선배들에게 범죄 수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당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도둑질밖에 없었다는 고백이다. 조씨는 “22일 입대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징역형을 사는 게 두렵다. 이번 재판이 마지막이 될 것이니 온정과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조씨 측 변호인도 “체포된 이후 여죄를 자백하는 등 깊이 뉘우치고 반성 중”이라며 “기초생활수급비 중 여관비 50만원을 빼고 남은 14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저지른 범행”이라고 읍소했다.

大盜 조세형씨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에게 '범죄론' 특강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大盜 조세형씨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에게 '범죄론' 특강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조씨는 과거 드라이버 하나로 부유층과 정치권 유력인사의 집에서 금품을 훔쳐 화제를 모았다. 훔친 돈의 일부를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줘 ‘영웅’이나 ‘의적’으로 미화되는 현상까지 생겼다. 경찰에 붙잡힌 그는 1982년 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

출소 뒤에는 기독교 신앙인으로 변신했고 한 유명 경비업체의 고문에 위촉되기도 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범죄학’ 특강을 하거나 교도소 인권개선운동 등을 펼쳐 ‘개과천선의 대명사’로 떠오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조씨는 ‘손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2001년 선교활동을 위해 방문한 일본 도쿄에서 고급주택을 털다 현지 경찰에게 붙잡혔다. 2005년과 2010년, 2013년에는 절도와 장물 거래 등의 혐의로 감옥을 들락거렸다. 2016년 3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지난해 말 출소했다.

조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한 만큼 재판은 간단하게 끝났다. 검찰은 “상습적 범죄전력과 누범기간임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조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22일 내려진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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