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정당개혁위원회 간담회 '일본 자민당의 정권복귀와 아베 총리 중심의 자민당 우위 체제 구축'에서 참석자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정치적 보복이 경제 분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징용 피해자에게 사죄와 배상을 하는 대신 한국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반도체 재료의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왜구’, ‘쪽발이’, ‘섬 원숭이’ 등의 표현을 쓰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경제적 침략으로 보아 ‘기해왜란(己亥倭亂)’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왜구(倭寇)’는 “13~16세기경에 우리나라와 중국 연안에서 약탈을 일삼고 다니던 일본 해적”을 뜻하는 말인데, 이제는 일본 사람들을 모욕하는 일반 표현으로 쓰인다. ‘왜구’의 ‘왜(倭)’ 자체도 일본과 일본 사람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왜국(倭國)’, ‘왜인(倭人)’, ‘왜란(倭亂)’, ‘왜병(倭兵)’, ‘왜놈(倭-)’, ‘왜년(倭-)’에 이 글자가 들어 있다. 일본과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최근 ‘토착 왜구’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일제 강점기 때 쓰던 ‘토왜(土倭)’를 풀어 쓴 것으로, 한국 사람이면서 무조건 일본 편을 들거나 일본에 부역하는 자생적 친일파를 가리킨다.

이웃 나라 일본에 관련된 차별 표현이 이렇게 많은 것은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아주 좋지 않았음을 뜻한다. 한국인들은 ‘왜구’, ‘쪽발이’ 등을 씀으로써 일본의 지속적 괴롭힘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왔다. 과거에는 이러한 표현이 피해자가 내뱉는 자기 위안의 한 형식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세계가 연결된 현재 이러한 차별 표현의 사용은 일본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간주되고, 두 나라의 갈등이 깊어지도록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감정적, 모욕적인 표현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차분한 언어로 대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시대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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