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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리비아 해상에서 구조된 난민을 태운 독일 구조선 '시워치 3호'가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부근을 배회하고 있다. 시워치 3호는 이탈리아 당국의 입항거부로 2주가 넘도록 공해상을 배회하는 중이다. 람페두사=AP 연합뉴스

#1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리비아 난민 42명을 태운 시워치 3호가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해상 진입을 강행했다. 난민선의 영해 진입은 이탈리아 정부의 이민법을 위반한 것으로 독일 국적의 카롤라 라케테 선장은 5만유로(약 6,6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탈리아는 난민들을 떠안는 곳이 아니다”라며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그들의 이탈리아 상륙을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 2015년 8월 22일,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리비아 인근 해역에서 난민이 탑승한 4척의 보트와 14척의 고무보트로부터 구조 요청을 받았다. 이탈리아 해군 함정 6척과 노르웨이 해군 소속 함정 1척이 즉각 난민 구조를 위해 파견됐다.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안사는 “적어도 난민 2,000~3,000명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아랍의 봄’ 이후 북아프리카는 혼란에 빠졌다. 잇따른 내전으로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는 상황이다. 인접국가로 옮겨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중동에는 이슬람국가(IS)를 위시한 극단주의 세력이 자리잡고 있어 안전을 보장받기는 더 힘든 상태다. 난민들은 유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은 지중해 속 반도로 길게 뻗어있는 이탈리아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수년 전과 달리 반난민 물결에 휩쓸린 상태다.

북아프리카 난민 이동 경로. 출처 BBC
 ◇지중해에서 독보적 영향력 

지중해에 영토를 맞대고 있는 국가는 적지 않다. 스페인ㆍ프랑스ㆍ그리스ㆍ터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소속 국가와 시리아ㆍ레바논을 위시한 중동 국가들, 이집트와 리비아ㆍ튀니지ㆍ알제리 등의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지중해에 발을 담그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해군은 그 중 특별하다. 이탈리아 해군은 모든 전력을 지중해에 투사할 수 있지만 프랑스와 스페인은 대서양에도 해안선을 가지고 있어 해군이 분산되어 운영될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와 터키의 해군은 자국 영해를 방어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혼란에 빠져 있어 이탈리아 해군의 지중해에서의 영향력은 독보적인 상황이다.

세계 각국의 군사력을 조사하는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이탈리아 해군은 잠수함 8척을 포함해 최소 143척의 함정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경항공모함이지만 콘테 디 카보우르급 1척을 2008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주세페 가리발디급 경항공모함 1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헬리콥터를 운용하고 있는 산조르지오급 강습상륙함을 3척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함정만 총 5척에 이른다. 체급의 차이는 있지만 스페인이 후안 카를로스 1세급 경항공모함 1척만을 보유하고 있고 프랑스 해군이 샤를 드골급 1척을 보유한 것에 비해서 수적으로는 더 우위에 있는 것이다. 콘테 디 카보우르급 항공모함은 현재는 해리어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향후 F-35B가 도입되는 경우 함재기를 바꿀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일본 상륙함 건조에도 영향” 지적도 

특히 주목해야 할 함정은 산조르지오급 강습상륙함이다. 만재 배수량 8,000톤으로 병력 350명과 전차 최대 30대를 수송할 수 있으며 대잠수함용 헬리콥터 3기를 탑재한다. 현존하는 강습상륙함 중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최초로 자국에서 건조한 강습상륙함인 오스미(大隅)급의 원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산조르지오급의 건조가 1980년대 후반인데 비해 오스미급은 1993년 첫 건조를 시작했다. 산조르지오급이 130여m 길이 비행갑판을 가진데 비해 오스미급은 이를 더 연장, 178m 길이를 갖췄다. 일본이 도입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B는 120m가 확보되면 이륙이 가능하고 수직 착륙 기능을 갖췄기 때문에 내열갑판으로 개량하는 경우 유사시에는 언제나 항공모함으로 전환이 가능한 것이다.

오스미급과 비슷한 크기인 이탈리아 해군의 주세페 가리발디급 항공모함은 배치 초기에는 헬리콥터만 탑재하다가 이후 해리어 16대를 탑재하고 작전을 펼쳐 경항공모함으로 분류되고 있다.

2014년 3월 오만만 작전에 투입된 이탈리아 해군 항공모함 콘테 디 카보우르(앞쪽부터), 미 해군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 프랑스 해군 항공모함 샤를 드골. 미 해군 제공/2019-07-11(한국일보)
 ◇나토의 든든한 지원군 

이탈리아 해군은 항공모함 외에도 다양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초의 연료전지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시스템을 탑재한 212급 잠수함 4대를 취역했고 추가로 4척을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살바토레 펠로시급 2척과 프리모 롱고바르도급 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투입 중이다. 동시 교전능력 4개 이상의 준이지스급 구축함 호라이즌급 두 대도 지중해에 배치하고 있다.

신형 함정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프랑스와 6,000톤급 전투함인 FREMM급 공동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대공, 대함, 대잠, 지상 타격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함이다. 호라이즌급의 축소형이라 폄하받기도 하지만 이탈리아 해군은 8척을 보유 중이고 추가로 2척을 더 도입할 예정이다. 대잠헬기 등을 탑재할 수 있어 지중해에서 이탈리아 해군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00톤급 다목적 호위함과 3만톤급 경항모 도입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9일, 난민구조선 시워치 3호의 카롤라 라케테 선장이 이탈리아 람페두사항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람페두사=로이터 연합뉴스

지금은 지중해로 불리는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사이의 바다, 이탈리아의 선조인 로마 제국은 그 바다를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이라 지칭했다. 라틴어로 ‘우리의 바다’라는 뜻이다. 이 호칭은 최근까지도 쓰였다. 이탈리아군과 EU가 함께 펼쳤던 난민 순찰 작전의 이름이 바로 ‘우리의 바다 작전(Operation Mare Nostrum)’이다. 로마제국부터 지금까지, 지중해를 안마당으로 여기는 이탈리아 해군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살비니 부총리는 9일 시칠리아섬 미네오 난민센터를 찾아 센터 폐쇄를 공식 선언했다. 한때 유럽 최대의 난민 캠프로 꼽혔던 곳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살비니 부총리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육해공 모두에서 국경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1일 워싱턴포스트(WP)는 살비니 부총리가 람페두사섬에서 체포된 라케테 선장에 대해 ‘전쟁 행위’를 일으켰다며 “그 여성이 감옥에서 지내길 바란다”고 악담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반이민ㆍ극우 정서가 팽배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현실은 이렇다. 결국 지중해의 안방마님 이탈리아 해군의 현재 ‘표적’은 고향에서 떠밀려 지중해를 방황하는 난민인 셈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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