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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체감온도 50도 넘어 비행기 밑에서 겨우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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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체감온도 50도 넘어 비행기 밑에서 겨우 쉽니다”

입력
2019.07.10 18:48
수정
2019.07.10 19: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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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

뙤약볕^아스팔트 열기 이중고

여객기 밑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여객기 밑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활주로 위는 체감온도가 50도가 넘고, 잠깐 사이 속옷까지 다 땀으로 젖습니다. 그늘을 찾아 비행기 날개 밑이나 조업장비 옆, 사무실 복도에 누워 쉬는 동료를 볼 때마다 안타까울 뿐입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램프)에서 여객기에 화물을 싣고 내리는 일을 하는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항공㈜ 소속 노동자 A씨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A씨와 같은 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여름이면 뙤약볕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의 이중고에 시달린다. 항공기 매연은 덤이다.

A씨는 “회사에서 컨테이너 박스 2개를 설치해 휴게실로 쓰게 해줬지만 램프가 워낙 넓다 보니 차를 타고 가야 한다”라며 “한번 작업하고 나면 쉬는 시간이 20분 정도 주어지는데, 휴게실까지 가기가 힘들어 가까운 그늘을 찾는다”고 말했다.

휴가철 늘어나는 작업량은 지상조업 노동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공항 특성상 출ㆍ퇴근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하루 기본근무 10시간에 3, 4시간 추가 근무를 하면 집에서 자는 시간은 5시간 남짓이라고 A씨는 전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인천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19만명을 넘고 1,000여편에 이르는 항공기가 뜨고 내린 작년 여름휴가철(7월 21일~8월 19일) 전후로 지상조업 노동자 4명이 쓰러지기도 했다. 올해는 이용객 수가 2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조업장비 밑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조업장비 밑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여름휴가철에는 공항 실내도 전쟁터다. 아시아나항공의 승객 탑승 업무와 라운지 고객 응대 등 지상여객서비스를 담당하는 협력사 케이에이(KA) 소속 노동자 B씨는 “성수기 (승객들이 몰리는) 집중시간 대에는 쉬는 시간은커녕 밥 먹을 시간도 없다”라며 “항공기 지연이 겹치면 승객 응대 등을 위해 잠시도 서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승객들의 폭언ㆍ폭행도 끊이지 않는다. KA 노조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승객에게 맞거나 몸싸움 과정에서 다친 노동자가 3명에 달했다. 지난 4월 14일 수하물 무게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40대 여성이 KA 직원 뺨을 때려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5월 28일에도 수하물 문제로 다투다가 직원을 때리고 욕설을 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에는 공항 탑승구를 무단으로 통과하려는 중국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치는 일도 벌어졌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설문조사 결과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여름철 근무 시 가장 힘든 점으로 ‘휴게공간 없음(응답률 29.8%)’을 꼽았고 휴게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23.9%에 불과했다”라며 “휴게실(컨테이너) 확보와 휴게시간 보장에 항공사ㆍ항공사 하청ㆍ인천공항공사가 나서야 하며 나아가 노동자와 승객 안전을 위해 처우 개선과 인력 충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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