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사실상의 비상체제 가동을 천명했다. 외교적 해결 방침을 전제로 일본을 향해 “막다른 길로 가선 안된다”는 경고와 함께 사태 장기화를 감안한 산업구조 개선까지 언급했다. 일본이 한일 관계의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의 거듭된 외교적 대화 및 해법 모색 요구에 적극 응하는 것이 사태 해결을 위해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은 10일 30개 기업 대표 및 4개 경제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민관이 협력체제를 갖추고 특정국 의존형 산업구조를 개선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어중간한 절충보다는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총력 대응을 통해 국익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참석자들도 대부분 이에 공감했다고 한다. 핵심 부품ㆍ소재 산업에서의 무역불균형이 언제든 정치무기화할 수 있음이 확인된 상황인 만큼 반드시 가야 할 정책 방향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협의를 통한 외교적 해결 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함과 동시에 엄중 경고 메시지도 내놓았다. 이번 사태의 배경이 일본의 ‘정치적 목적’임을 분명히했고, 특히 일본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전략물자의 북한 유출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양국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날 세계무역기구(WTO) 상품ㆍ무역이사회를 시작으로 국제무대에서의 여론전이 본격화한 만큼 일본의 일방적 주장을 묵과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한 것이다.
한일 양국은 12일 도쿄에서 과장급 실무협의를 개최한다. 정부는 책임 있는 논의를 위한 국장급 협의를 요구했지만 일본 측이 실무적 설명 차원의 사무협의를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자국 내에서조차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를 문제삼고 나섰다. 그러고도 정작 협의 창구의 격을 의도적으로 낮추며 연일 ‘안보 프레임’만 반복하는 건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아베 정부는 진정 파국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문 대통령이 요구한 외교적 해결에 적극적이고 성실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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