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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문화] 정선터미널에 가면… “문화향기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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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문화] 정선터미널에 가면… “문화향기가 가득”

입력
2019.07.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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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창고 활용 전시ㆍ공연장 리모델링

악기ㆍ인문학 강좌 지역 문화격차 해소

정선터미널 지하 문화공간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아코디언 강좌 수강생들이 연주에 열중하고 있다. 정선문화원 제공
정선터미널 지하 문화공간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아코디언 강좌 수강생들이 연주에 열중하고 있다. 정선문화원 제공

강원 정선군의 관문인 정선읍 정선시외버스터미널. 아담한 터미널 건물 지하로 발걸음을 옮기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진다. 품격 있는 회화 작품전은 물론 색소폰과 하모니카, 국악 등 문화강좌가 관광객과 주민들을 맞이한다.

작지만 1,000여권의 도서를 갖춘 알찬 독서공간도 있다. 서울 등 대도시 북 카페 못지 않게 쾌적하다. 주말 터미널을 찾은 한 관광객은 “책과 그림, 음악이 함께 있는 알찬 문화사랑에 온 느낌”이라며 “다시 정선을 찾으면 다시 들러보고 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곳은 수년전만 해도 쓰레기가 나뒹굴던 창고였다. 터미널 승객을 위한 식당과 다방 등이 있던 곳이었으나 가게가 폐업한 뒤 방치돼 왔던 것.

쓸모 없던 창고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계기는 2014년 문화 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된 이후부터다. 지하공간을 리모델링해 전시회와 강좌를 여는 등 지역 주민에게 문화욕구를 채워주자는 정선문화원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사업이다.

이후 10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15년 터미널 지하 1층과 지상 1층 대합실에 도시 갤러리 못지 않은 전시장과 공연장이 들어섰다. 정선문화원은 서울 명동성당 지하공간 등을 벤치마킹 해 전시장 벽면을 비고정식으로 설계했다. 최원희(57) 사무국장은 “쓸모 없이 방치되던 공간이 관광객과 지역 주민을 위해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가 있다”며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쪽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정선터미널 지하 공간은 리모델링을 통해 각종 전시 공연과 문화강좌가 열리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정선문화원 제공
정선터미널 지하 공간은 리모델링을 통해 각종 전시 공연과 문화강좌가 열리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정선문화원 제공

이곳에선 정선풍경미술공모전 입상작 전시회를 비롯해 매달 두 차례씩 전시 공연행사가 열린다. 놀라운 것은 대도시 갤러리처럼 유명 작가 초청 작품전과 개인소장품 전시, 사진전 등 전시 주제가 매달 바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효과는 기대이상이다. 입소문을 타더니 지난 4년간 수만명 가량이 작은 미술관을 다녀갔다. 생각의 전환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차가 우리 마을에 처음 오던 날, 예전 마을의 풍경 등 예전 모습을 담은 향토 사진전의 경우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하는 전시였다”는 게 정선문화원의 설명이다. 최 사무국장을 비롯한 정선문화원 직원들이 직접 작가를 섭외하고, 옛 흑백사진을 구하려 여기저기 발품을 판 결과다.

뿐만 아니라 정선터미널 문화공간은 다양한 문화강좌를 통해 주민들의 문화격차 해소에도 한몫하고 있다.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노래는 물론 오카리나, 아코디언, 대금 등 악기연주를 배울 수 있다. 다도(茶道) 체험과 서각, 민화 교실도 매주 한 차례 연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 열리는 정선 주부노래자랑은 지역에서 소문난 잔치가 됐다. 길트리오, 핸드벨 동아리 등 지역 주민들이 만든 음악 밴드도 이곳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실력을 인정 받았다.

현대소설과 시, 철학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좌도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인기 콘텐츠다. 때문에 문화불모지라는 오명도 이젠 옛말이 됐다. 인문학 강좌를 듣고 있는 신향숙(62)씨는 “터미널 강좌에 나와 소설의 트렌드와 은유기법 등을 토론하면서 공직에서 퇴직한 뒤 제2의 인생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문화원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정선터미널 지하 문화공간에서 기타와 대금 연주자 초청 공연 등을 마련하고 있다. 정선문화원 제공
정선문화원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정선터미널 지하 문화공간에서 기타와 대금 연주자 초청 공연 등을 마련하고 있다. 정선문화원 제공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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